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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평점 :
그림을 좀 더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본 책입니다. 미술사조나 화법 등 미술이론에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이 순수한 그림을 감상하는 내용이 담긴 책인데, 그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묵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 이유에서 다른 종류의 그림은 거의없고, 인물화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저자가 여성인 관계로 여성을 그린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거의 모두가 예전에 본 적이 없어, 우선 그것만으로도 책을 본 보람을 느낍니다.
책 제목이 <나를 위로하는 그림>인데, 책의 저자는 많은 그림 속의 여성들의 모습에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 보이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슬픔을 느끼고, 그 슬픔을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발견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오전11시>, 프레드릭 칼 프리스크의 <화장하는 여자>, 빈센트 이로리의<창가에서>, 안나 앵커의 <부엌에 있는 소녀> 등이 그러한 그림의 예가 될 듯하다. 이와 반대로 안데르스 소른의 <목욕>은 생동감과 긍정적인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인데, 기분이 별로 일 때 목욕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운한 기분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은 에드가 드가의 <미술관 방문>이다. 에드가 드가가 사랑했다는 메리 카샛의 모습이 화면 속에 담겨져 있는데, 그녀의 존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가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비슷한 주제로 마르크 샤갈의 <에펠탑의 신랑 신부>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클로드 모네가 그림 그의 아내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긴 <산책>도 그런 느낌이다. 모네는 무척 어렵게 살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림 속의 그의 가족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나마 모네는 말년에는 이름이 알려져 좀 나은 생활을 했지만 그의 아내는 고생만 하다 세상을 뜬 것으로 알고 있어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슬픈 마음이 든다.
책 후반부에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느낌을 주는 그림이 많이 실려 있다. 챨스 커트니 커란의 <햇빛이 드는 골짜기>, 존 라베리 경의 <화실>, 로버트 루이스 리드의 <하늘을 향해>,수잔 발라동의<버려진 인형> 등. 이러한 그림 중에서 역시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척추>이다. 영화를 통해 그녀의 힘겨운 삶을 약간은 알고 있기에 그녀의 그림은 무심코 볼 수 없다. 서울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아무쪼록 메르스 문제가 해결되어 마음 놓고 그녀의 그림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책 마지막으로 실린 그림은 조지 프레더릭 워츠의 <희망>이다. 결코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화가는 그림의 제목을 희망으로 붙였는데, 저자는 이와 같이 말한다.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일 수도 있다." 2015년 대한민국에 바라는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