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는 추리소설을 아주 즐겁게 열심히 읽었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나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인 셜록 홈즈 등의 면탐정과 비슷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시절의 희망사항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만큼 뛰어난 추리소설을 접하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지만 독자들의 흥미와 두뇌 회전을 위한 트릭에 사람의 생명 등의 희생이 소재가 된다는 사실이 힘겨웠기 때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애니메이션 중 명탐정 코난을 즐겨 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제 볼 수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집필되어 어느 정도 작가의 생각등이 반영된) 추리소설보다 자주 사건을 이용한 트릭을 만들어 내어야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 상 사건의 배겨에 해당되는 부분이 너무 안일하게 취급되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람을 희생시키는 장면이 너무 많아 생명 경시 풍조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영화 <용의자X의 헌신>이나 드라마 <갈릴레오>를 통해 접한 적이 있고 책으로 접한 적은 처음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의 경우 추리소설을 위한 트릭은 예전에 읽은 추리소설에 비해 기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건 배경이 되는 사연에 제 사정과 감정이입할 수 있어 매우 집중해서 보았고 범인역의 매우가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 좋아할 수 있었습니다만 역시 사람을 희생시킨 장면에서는 추리소설을 위해 생명을 너무 경시한 모습이 보여 씁슬한 느낌이었습니다.


<공허한 십자가도 비슷한 방식으로 쓰여지기는 했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형 등의 제도가 과연 효과가 있는가? 또한 죄인이 예상보다 가벼운 벌을 받을 경우 피해자 및 그 가족등이 받는 공허함은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분야는 다르지만 최근 출판된<다윗과 골리앗>을 읽으면서 사형제도나 삼진아웃같은 무거운 심판제도는 오히려 범죄감소 효과는 없고, 죄를 지은 사람들을 용서하고 돕는 태도에서 사회적으로나 죄인의 갱생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작품에서 사용한 말을 빌자면 사형이나 법에 의한 심판은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하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소설의 말미의 하나에의 말에서 감옥에 가진않은 사람이 오히려 등에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자신이 저지른 죄대신에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말은 어느 정도 그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로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 밝혀지지않은 그들의 사연이 있을 것 같고, 자신이 겪은 딸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다른 사건들을 추적하는 기자가 되었다가 희생되는 여인의 모습에서 운명의 장난같은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등장인물 각각의 사연의 내용이 무척 가슴 아플 것 같지만 궁금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이 책에서도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람의 생명을 희생하는 모습에서 생명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어 책을 읽으면서 상처가 되었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현실에 깔린 생명 경시사상이 은연 중에 나타난 것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책을 덮은 후에 책이 던지는 몇가지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눠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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