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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의 덫 -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권지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1월
평점 :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까지 운반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의 역할을 분석한 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비교적 저렴하게 들여와 사용하는 독일이 부럽게 느껴졌고, 남북 관계가 좋았던 시기에는 우리나라도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노르트스트림이 결국 독일을 러시아 천연가스에 종속시키는 미끼였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깨닫게 된 듯하다. 특히 독일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까지 추진하면서 에너지 정책의 발이 꼬였고, 그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는 모습을 보며 노르트스트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노르트스트림 건설을 위해 러시아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전직 수상과 장관들을 포섭해 러시아 가스프롬 이사 등으로 참여시키고, 이 사업에 우호적인 여론과 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이후 푸틴이 과거 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주변 국가들을 침범해 나가는 과정이 소개되는데,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노르트스트림이 러시아가 독일을 자국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만들기 위한 ‘함정’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자연스럽게 동의하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독일이 탈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고, 우리나라도 배워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상당 부분 의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었고, 그 의존이 과도해진 상태에서 전쟁과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독일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빠진 것을 보며, 세상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노르트스트림 관 폭발 사고를 둘러싸고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지만, 결국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등 주요 행위자들이 모두 이 폭발로부터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며, 개인적으로도 어느 한쪽을 범인으로 단정 짓기 매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제 정세와 에너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중요한 주제라서,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진실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노르트스트림과 에너지 의존, 그리고 국제 정치가 맞물린 이 문제를 계속해서 곱씹어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