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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ㅣ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시녀 이야기’는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돌아오면 언제나 강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마가릭 애트우드 여사의 대표작이다. 나로서는 눈먼 암살자 이후 두 번째로 접하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문학적 작품성은 한 개인 또는 집안의 몰락을 이야기한 눈먼 암살자가 더 훌륭한 것 같았다.
SF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인 ‘킨’이 시간여행이란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과 두려움을 다른 어떤 작품보다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면 ‘시녀이야기‘는 갑작스런 정치적 변동으로 신분이 추락한 여성들의 삶의 고통을 작품 속 주인공의 내면 이야기 및 독백 속에서 체험 할 수 있다. 현실하고 구분된 SF적 상상력이 동원된 이야기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최근에도 히잡 착용을 비롯한 종교를 통한 여성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이 작품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고, 간간히 들린 뉴스 속에서 투쟁하는 인란 여성들의 마음을 ’시녀 이야기‘를 통해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 차별을 고발한다는 작품의 주제의식에 비해 내용은 다소 우울한데, 그 체제 속에서 점차 순응적으로 약하게 변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주어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에 실린 에필로그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이 체제는 종식되었다고 이야기되어 다소 안도할 수 있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주인공의 운명은 밝혀주지 않아 명쾌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에필로그에서 새로운 삶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본문의 내용만으로만 보면 이용당하다 희생당하는 비극적인 결말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애트우드 여사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읽겠지만, SF적 상상력이 동원된 이야기 속에서도 주로 내면의 감정에만 충실하여 주변 묘사나 이야기의 생동감이 조금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다른 작품에서는 어쩔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