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4~5 권 정도 읽었는데, 여성의 삶을 소재로 하는 페미니스트적인 요소가 있는 ‘빛의 과거’ 같은 작품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데, 최근에 읽은 ‘태연한 인생’이나 이번에 읽은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그와는 달리 남성작가의 작품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연한 인생’의 기본 주제는 여성의 인생이었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남성의 삶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토리와 유사하여 남성작가가 쓴 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이야기들은 여성들은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을 유형의 남성상이나 이공계에서 접할 수 있는 개념을 이용하여 소설로 만든 (‘의심을 찬양함’같은 작품) 작품들이 등장하여 무척 흥미로왔다.
특히 ‘의심을 찬양함’에서 다른 소재는 최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확률이나 불확실성을 소재로 하여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어렵거나 흥미가 없다면 이런 소설은 너무 실험적이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껴도 작가의 의도는 어렵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은희경 작가의 작품이 ‘중국식 룰렛’이었고 이 작품이 출간되고 작가가 출연한 팟캐스트 등에서 작가는 어떤 상황을 상상하면 등장인물의 대화가 저절로 시물레이션된다는 말을 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나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작가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험을 많이 시도하였고, 이러한 흔적이 최근 접한 작품들 속에 남아 있다고 느꼈다. 즉, 다른 작가들보다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라고 느꼈고, 해설이나 작가의 말 등을 찾아 일으면서 작가를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