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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ㅣ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김애란 작가는 ‘바깥은 여름’을 읽은 후, 나 스스로는 감히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했고, 최근 출간된 ‘이중 하나는 거짓말‘ 역시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바깥은 여름‘을 읽은 작가의 작품을 좀 더 읽고 싶었으나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가 이번 기회에 ’달려라 아비‘를 읽게 되었다.
이 작품집에 속한 상당수의 작품은 ’이중 하나는 거짓말‘과 연결되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부모님으로 받은 상처를 받은 자녀세대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작가가 다루는 자녀의 상처는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부모라는 존재에서 나오는 불편함이 원인인데 작품집 중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에서 매우 흥미롭게 표현된다. 즉, 어떤 이유로 아버지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야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아버지는 Tv중독이라 항상 Tv를 켜놓아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가 화장실을 간 사이 Tv의 전기선을 끊어 놓지만 그 순간부터 Tv가 없어진 아버지와 대화를 해야하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을 후회하게 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친밀함이 사라지고 어색함만이 남거나, 오히려 부모의 존재가 자녀에게 짐이 된 경우를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접한 것 같다. 서구사회에서 주로 다루는 자녀가 부모세대보다 더 성장하기 위한 오디이푸스 콤플렉스와 또 다른, 동양의 유교전통에 따른 남녀차별 및 세대간 갈등은 우리나라 소설의 영원한 주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품집의 후반에서는 기존에 읽었던 김애란 작가의 작품과 분위기가 달라 개인적으로는 김애란 작가의 재발견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며 (’바깥은 여름‘에서는 느낀 목줄기가 서늘한 비정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종이 물고기‘에서는 천병관 작가의 ’고래‘같은 이야기꾼의 면모도 느껴진다.
원래 좋아하는 작가지만 작가의 새로운 면을 더 발견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더 기대하게 되었고, 우선 ’두근두근 내 인생‘을 조만간 읽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