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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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넘어오면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기는 하지만, 주인공의 역할이 다소 부족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또한 이야기를 이끄는 두 축 중 나머지 하나인 카라와 셰큐레 사이의 사랑이야기도 애매하다. 두 사람의 사랑이 불타오르기보다는, 주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나 셰큐레의 전남편의 동생과의 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끼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셰큐레나 그녀의 아들의 모습을 계속 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지치게 된다. 자신의 사랑에 충실하기 보다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나은 두 아들의 행복이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슬람 문화 속에서 사는 여인의 모습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세 명의 세밀화가의 생각이나 그 둘의 그림을 본 선배 화가의 평가로 범인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능력으로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고(고전 추리소설애서는 어느 정도 범인을 잘 맞추는 편이다), 이야기 후반에서 카라와 나머지 두 화가가 힘을 합쳐 범인을 제압하게 되는데,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근거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약간 페어플레이가 아닌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몇 주에 걸쳐 2권을 읽었는데 제대로 못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1권의 흥미로운 분위기에서 심각하면서 다급한 분위기가 되면서 내용 파악도 좀 어려워졌던 것 같다. 약간은 급하게 마무리하는 분위기도 조금 아쉬웠다.

 

이슬람 출신 작가의 작품을 거의 처음 읽은 셈인데, 색다르면서도 재미가 있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읽고 싶다. 오르한 파묵의 이름을 처음 들은 후 노벨상을 수상한 동양권 작가에 대해 어떤 점을 인정받아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나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독특한 이슬람 문화를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점을 좋게 평가한 점이라 생각한다. 봉준호 작가가 마팀 스콜세지 감독의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라고 한 말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우리 고유의 문화나 우리사회이 단면을 잘 분석한 작품이 노벨상을 비롯한 국제적 명성의 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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