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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ㅣ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평점 :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존경하고 본받으려 노력했다는 인물인 키루스왕에 대한 이야기를 인문학 강좌에서 한 번 들은 후 그 인물에 대한 책인 키루스의 교육을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물론 이 책이 아닌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성경(고레스 왕으로 언급됨)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서로 전쟁을 치른 이민족 입장에서 쓰여져서 생각보다 부정적으로 쓰여져 그 인물에 대해서는 배우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또한, 모세나 테세우스 같은 다른 고대 영웅의 이야기와 겹치는 이야기도 많아 순수하게 키루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도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 키루스의 교육은 키루스가 위대한 정복자이나 왕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다룬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아시리아를 정복하는 과정을 담은 전쟁사이다. 하지만 전쟁 상황보다는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키루스의 리더십이나 통치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분량이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키루스와 그의 신하와의 토론이라 삼국지를 읽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삼국지 속에서 실수를 거의 하지 않은 손책이나 칠종칠금을 하면서 제갈량이 맹획을 가지고 노는 듯한 분위기가 났다.
키루스의 리더십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절제와 솔선수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왕으로서 다른 신하들 보다 높은 존재이지만 가능한 한 신하들에게 많은 것을 하사하여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마음에서 바로 우러나게 했던 것이 그의 리더십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경이나 역사에서 나온 그의 모습이 이 책과 매우 다른 것을 보면 이 책이 그를 매우 미화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는 신하들의 그에 대한 충성을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엄격한 독재체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그의 사후에 그만한 카리스마가 없는 후계자가 왕권을 이어받자마자 나라가 갈라지고 멸망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에 언급된 것처럼 실제로 그가 사려 깊고 인덕이 훌륭한 인물이었다면 그의 후계가 될 자녀 교육을 그처럼 허술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를 존경하여 평생 그의 업적을 이으려고 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사후에는 비슷한 결말을 겪게 된 것을 생각하면 역시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에 대한 미화이던 아니던, 이 책에 비춰진 키루스의 모습은 최근 산업구조에서 기존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수평형 조직의 리더상의 이상적인 모습이라 생각되어, 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21세기 현재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