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이스 캐롤 오츠는 몇년 전 이동진의 빨강책방을 통해 접하였고, 재미와 문학성을 모두 갖춘 대단한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작품은 접하지 못하였다. 그 이후로 오랜 시간 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언급되와서 꼭 작품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출간된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은 소감은 어쩐지 스티븐 킹의 작품이 생각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사람들만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악령이나 그 밖의 신비한 존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결말을 이끌어 무척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같은 이유로 약간은 실망하기도 하였다. 소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라는 혹평으로 한 독서 팟 캐스트에서 언급하는 장르가 있는데, 데우스 에스 마키나같이 등장인물이 아닌 절대자가 결말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주제는 공포 속에서 페미니즘을 다룬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페미니즘이 발전해왔다고 볼 수도 있어 엿ㅇ들에게는 두 주제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언급한 장편은 아직 읽지 못해 잘 모르지만 이번 책은 4가지 소설을 묶어 놓은 작품집이라는 점에서 무척 묘미가 있다. 서로 다른 4개의 이야기가 은근슬적 연결고리가 있어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별개라고 볼 수도 있고 연작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에는 연작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였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완전히 끝내지 않은 미완의 이야기 또는 비밀이나 단서가 다른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데, 하나의 이야기가 모습을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변주곡 같은 느낌이고, 상당하게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점은 내가 아주 흥미롭게 본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같은 느낌을 준다. 즉, 두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지만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완전히 바뀌는, 그런 모습을 이 책에서도 전달해 준다.


이 책을 읽은 거의 모든 독자들이 4편의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읽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이야기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 자신이 스스로 4개의 이야기를 엮는 과정이 필요하긴 하다) 내게는 이 책이 하나의 이야기를 쪼개어 변주형식으로 만든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