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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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그리니까 미국의 연방 준비제도에 대한 책이라면 일반적으로 역사 및 배경, 역할 그리고 중앙은행이 필요한 이유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은 모두 생략하고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시절부터 이어온 양적완화의 피해와 이와 연관된 위험을 꾸준히 지적했던 토머스 호니그의 삶을 추적하면서 독자들이 그의 연준의 정책에 대한 생각과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팟 캐스트 등을 통해 들은 내용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은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 간 연준의 역할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것이기에 이 책이 선택한 서술방법(연준의 역사와 기능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는) 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연준의 기능이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 다면 그 책은 어쩔 수 없이 지루하고 재미가 거의 없는 책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이 책은 비슷한 내용을 다루지만 호니스라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기에 흥미진진하면서도 이 책이 강조하는 양적완화의 위험성에 대해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연준의 정책 발표가 나오면 우선적으로 섭외되는 신한은행 오건영 부장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써서 더욱 기대가 되었으며, 이 책이 서술하는 연준 정책의 역사에 어느 정도 정통해진다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오건영 부장의 시장을 보는 눈에 근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토마스 호니그와 더불어 현재 연준 의장인 제이 파월의 서사도 책에서 포함하고 있는데, 정통으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부를 추척하기 위한 경로를 밟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한 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양적완화의 필요성이 적어진 시점에서도 꾸준히 돈을 푼 버냉키 의장 시절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든다. 아마도 그 시대는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아 통화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라 그런 정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입장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 뿐이다. 이 책에서 서술한 양적완화의 문제점 이외에도 달러가 기축통화이기에 미국에서 시작된 문제를 다른 나라로 밀어낸다는 점이 외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적완화라는 치료법이 수시로 필요할 정도로 미국경제가 무척 취약한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양적완화가 결코 정의롭지 않은 정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좀 더 정밀하면서도 효과적인 경제정책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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