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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평점 :
책 후반에 저자의 글을 읽은 학생이 글의 저자를 좋아하기는 어렵다고 한 말이 있는데, 그 말에 정말 공감한다고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어려운 책이었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을 연상시킬 만큼 한 가지 주제에서 출발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데, 이야기의 소재가 가볍지 않다. 책 후반에 실린 이야기들은 저자의 주변, 가족관계를 소재로 다룬 글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끊임없는 불안과 고통을 적었다. 정말 인생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든다. 자신의 일상 생활도 관찰자와 평론가적인 시적을 가지면서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보는 습성이 글 쓰는 사람이란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의 결과물이 긍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불안과 걱정 - 독자가 보기에는 그다지 할 필요가 없는 의미 없어 보이는-의 결과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는 비교적 따뜻한, 사람과 사람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최대노출이란 글을 좋아한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두 대상 (사진작가와 가족)이 꾸준한 교류를 가지는 내용인데, 긴 기간을 통해 작가가 한 가족의 사진을 찍었다면 작품이외에도 서로의 감정교류나 여러가지 사연 등 흥미로운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소재에 비해서는 상당히 건조하게 쓰여 있다.
나 자신이 에세이를 읽을 때는 작가가 느꼈던 감정을 공유 받는 것을 우선적을 생각해왔기에, 저자 레슬리 제이미슨의 글쓰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고, 기존에 가졌던 감정선을 찾는 에세이 읽기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책을 한 번 본 입장에서는 인생살이 (장기간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아닌 순간순간의 사는 것에 의미를 느끼는)에 대한 평론가적인 글쓰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생각보다 난해한 책이기에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리베카 솔닛의 글도 비슷한 난해함을 느끼기는 하는데, 그래도 리베카 솔닛의 글에서는 감정을 따라 갈 수 있고 소재도 흥미로운 글이 많아서 편한 점이 있다. 색다른 책 읽기 경험이었다고 생각되고, 저자가 장편소설도 썼다고 하니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의, 등장인물 행동 하나하나에 오만가지 고민과 상상을 하는 사변적인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