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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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 있는 라오스 출신 난민가족 중 한 어린이의 투병기록을 통한 두 문화의 충돌과 소통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이다. 나 역시 외국생활을 해보았는데 일반적인 생활도 그리 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와 유사하게 외국인이 병원을 가고 진료와 수술을 받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영어 실력도 별로였지만 어떻게 병원을 다녔는지 모르겠다. 몸이 불편할 경우 자신이 어느 부분이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기 정말 어려워서 한국에 있었다면 쉽게 고칠 병도 크게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또한 건강검진 같은 것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일을 크게 만드는 이유중 하나일 것을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몽족 가족이 가진 미국 의사나 병원에 대한 불만이나 소통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전반부를 읽을 때까지는 의사의 처방전을 몽족 가족들이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에 리아의 뇌전증이 심해지고 결국은 뇌사상태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고집불통인 몽족 가족에 대한 안카까움(양육권을 박탈하고 양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 과 함께 미국 의사들의 답답한 마음에 공감하면서 읽었고, 리아에 대한 사망진단으로 결국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다음 장을 읽으면서 이야기는 급반전되는데, 그 가족들이 정말로 사랑으로 리아를 보살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뇌세포가 많이 파괴되어 지적인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나머지 생명활동은 잘 유지된 것 같다) 후반의 다른 의사의 처방을 보면, 미국의사들은 기존의 수많은 발작과 유사하게 진단하고 패혈증에 대한 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뇌세포가 많이 파손되고 뇌사로 진단하지만, 그 가족들은 이를 이겨내고 리아를 30살까지 생존할 수 있게 잘 보살폈다. 이 경우는 언어로 소통이 어려운 몽족이 아닌 미국인의 경우라도 비슷한 오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인 것 같이 몽족을 치료하던 태도가 아닌, 자신과 동일한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마음이 있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인류학이란 학문이 현대인들의 삶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이 학문이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점차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거나 직장을 얻는 경우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서 인류학적 사고나 지식을 일반인들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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