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부터 제목은 정말 많이 들었지만 읽을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물론 예상(?)했던 것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외로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보면 저자가 내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보면서 글을 썼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런 내 생각이 맞다면 구토는 저자가 주위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혐오가 커지면서 다른 곳으로 떠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힌트는 전 애인인 안니의 말을 통해 많이 발견되는데, 안니의 말을 통해 내 자신도 모르는 내 마음에 대한 진단도 약간은 할 수 있었다.


저자가 독학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독학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그의 생각이나 행동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면서 냉소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이 내 주위 사람들을 건성으로 대한 경험이 떠올랐다. 최근 배움의 발견을 무척 인상적으로 읽은 지인이 그 책의 내용을 넘어서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 등에 대해 쓴 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지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지인의 생각에 그리 공감하지 못하면서 지인의 이야기에 건성으로 대한 적이 있다. 배움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대화의 흥미를 가졌지만, 화제가 지인의 글에 대한 것으로 바뀌면서 개인적으로 그런 글을 쓴다고 한국 교유의 문제점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진지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없었다.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저자가 독학자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안니의 말에 따르면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는 말과 저자는 어떤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질서를 부여하기 원한다는 사람이다. 즉, 자신이 만족할 수 없는 주변 상황에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길 거부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거듭하는 자신에 대해서도 혐오하게 되는 상황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한 치유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질서를 부여하면서 자신이 애정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야하는데, 이 책도 그렇게 결말을 낸다. 나의 경우도 나이가 들면서 (사는 게 힘들어서) 내 자신이 흥미를 못 느끼는 다른 사람의 일상이나 생각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고 대할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 것 같다. 구토의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할 만한 다른 곳으로 떠나는 데 나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이 된다.


아직 구토의 해설을 읽지않은 상태에서 내 생각만으로 사르트르의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하면 읽었는데, 공식적인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