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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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속편이 나와 다시 화제에 오른 마가렛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유사한 주제를 가진 소설이다. 저자의 전공이 언어학 전공인 점을 살려 남성이 여성을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 수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지배한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롭다. 상당히 극단적인 설정이고 언어 제한을 통해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서 성장하는 여자 아이들의 언어를 제한하면서 지적 성장을 막는다는 설정은 실질적으로는 인류의 장래를 없애는 일이라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만큼 독자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는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고 두렵게 다가왔던 내용은 주인공의 아들 스티븐의 행동이다. 여성의 언어와 사회 활동을 제한하면서 스스로도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비하하는 활동을 하는 모습은 인종 차별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이 매우 많이 발생한 것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10대의 돌발적인 행동은 중국 문화혁명 시의 홍위병이나 이슬람 문화 또는 아프리카에서 나이 어린 소년들을 전장으로 내몰면서 이용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저자가 자신의 전공분야인 언어학을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하였을 뿐, 계층간 차별이나 인종간 차별을 위한 어떤 장치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은유로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보수주의나 국수, 인종주의에 대한 저자의 준엄한 경고라고 생각된다. 물론, 언어 통제를 통해서 여성의 사회참여는 물론이고 어떠한 지적활동도 못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정도로 무모한 보수적인 집단의 계획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비롯하여 후손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최근의 보수주의의 특징이 후손에 대한 배려없이 자신의 욕심을 챙기는 것이라면 이핵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이나 그 결말은 너무 허술하여 용두사미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밖에 없다. 이야기 판을 아주 크게 만들었지만 마무리할 역량이 저자에게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가 정치 스릴러 분야에 정통하지 못하다면 차라리 실패로 끝나는 암울한 결말로 만드는 것이 독자들에게 강한 충격을 줄 수 있고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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