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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지만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에 실린 하나의 작품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 자신의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센터장 박의 모습에서 켄 리우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떠 올렸기 떄문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무척 한국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또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센터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와 무척 비슷하여, 영미권 작품을 연상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의 성격이나 그에 대한 묘사가 한국의 청소년 소설에서 자주 접한 전형적인 인물들과 무척이나 닮은 것은 또다른 특징이다.
이 책의 제목 페인트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이 예비 부모가 상견례를 하는 일종의 미팅을 지칭하는 말인데, parent interview의 준말인 동시에 다신의 감정을 숨기고 만나는 faint를 지칭한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이런 상황이 나타내서 새로운 이야기가 되었지만, 실제생활에서 이런 상황은 자주 있는 편이다. 특히 미혼남녀가 만나는 여러 경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페인트와 무척 비슷하다.
이 이야기 속의 부모를 만나고 선택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실제의 부모관계나 가족관계, 더 나아가서 모든 인간관계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 상대방에 자신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무척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이미 관계가 성립한 사람들 간에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이 이야기의 목적이라 느껴진다.
이 이야기의 주제를 위해 줄거리나 인물들이 모두 만들어지고 다른 곁가지 이야기가 거의 없지만, 이야기의 진행이 흥미롭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여 집중하여 열심히 읽었다. 주인공의 선택에 동의하고, 장차 새로운 센터장으로 주인공 제누 301이 성장하고 부모가 될 뻔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무척 딱딱하고 심각한 주제가 될 이야기를 흥미롭게 바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나이어린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