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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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을 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내가 가장 좋아한 영화가 나온 시기는 1990년대말이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이 전 홍콩사람들의 불안한 심정은 그 시대의 홍콩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의 홍콩영화에 열광하였다. 비슷하게 유럽이 통합되기 전 유럽사람들의 불안하면서도 막연한 희망과 기대도 유럽영화에 반영되었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세가지 색 시리즈이다. 이제는 초강대국 미국을 의인화한 수퍼 히어로물이 나올 뿐이고 이런 영화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김세희의 소설 가만한 나날은 이제 막 청년시절을 마치고 어른의 첫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불안하지만 막연한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가혹한 세상에서 느끼는 상처 등을 표현한 글이다. 장래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표현한 홍콩영화나 유럽영화에 사람들이 열광하였 듯이, 불안감을 표현하였어도 젊은이들의 생각과 삶을 표현한 이 소설들은 무척 아름답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랑이나 열정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젊은이들이 여러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고민하고 고통을 겪는 모습들이 안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에서 가만한 나날과 드림팀이 가장 좋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젊은이들의 순수함이 무너지고 세상에 실망하는 모습이 무척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너무 냉혹하고 무책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는 청년들의 모습이 아름다왔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찾았다.하지만 이미 그녀는 인파 속으로 멀리 사라지고 있었고, 나는 잠시 그 자리에서 대로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과, 크로스백을 매고 손에 핫도그를 든 관광객글, 그리고 그들사이로 여기저기서 푸드덕푸드덕 날아오르는 비둘기들에 넋을 빼았긴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가만한 나날)

유리문을 힘껏 밀고 보도로 나갔다. 영하의 차가운 바람이 밀려드렀다. 선화는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그녀와 함께했던 4년 반의 시간. 많은 일들이 머리속에서 지나갔다. 갑자기 만나자더니 미안하다고요? 난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에 있는 팀장님 목소리랑 싸워요. 넌 너무 약해. 넌 못할거야. 후배들한테 혹시 팀장님처럼 하고 있지 않나 늘 깜짝깜짝 놀라요. 그런데 이제 본인은 상담받고 다 극복했고 새 불발한다고? 기습적으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야? (드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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