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
브룩 노엘.패멀라 D. 블레어 지음, 배승민.이지현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에 대해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두 권의 책, 아톨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제임스 에이지의 <가족의 죽음>을 접한 이후로는 죽음 내 자신의 죽음이던 내 주위 사람의 죽음이던- 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성룡의 예전 자서전 제목처럼 철들기 전에 늘고 죽어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경우는 물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의 노화와 죽음에 대해 미치 준비하지 못하다가 막상 닥치면 정신없이 수습하기 급급할 뿐이다. 이런 연유로 죽음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지만 맨 처음에 생각한 것 만큼 마음에 담고 있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죽음에 대한 또 하나의 준비는 주위 사람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애도 방법이다. 이 책에서는 통칭하여 애도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주위사람을 위로하는 것 이외에도 충격을 이겨내고 자신을 추스르는 과정도 포함한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보면 너무 급작스러운 소식으로 제대로 슬퍼하거나 명복을 빌 여유도 없이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며칠 후에 혼자서 세상을 떠난 사람과 함꼐 하였던 기억이 사라지고 마치 세상에 그런 일이 없었던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는 갑작스런 주위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거나, 주위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세 저자의 경험담과 함꼐 담겨있다. 특히 후반으로 가면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도움말이 실려 있어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큰 일을 겪게 되면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므로 이 책과 같이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주위 사람의 죽음 (특히 너무나고 갑작스럽고 어이없는 죽음)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고통받는 사람 자신이 얼마나 가치있고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생존은 고통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무척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주위 사람을 애도하는 방법은 예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읽은 글을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주위 사람이 그 집을 방문하여 구두를 닦아주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경험으로 장례식을 준비하려면 구두를 닦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여 상을 당한 집안에서 필요하지만 미처 생각해내지 못할 일을 하나만이라도 해주기 위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과정을 치르면서 상을 당한 사람이 마음을 잡고 필요한 일을 하나하나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는데, 이 책에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지라도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주는 것이 어떤 것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무척 공감이 되었다.

 

사람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치르게 될 큰 일을 위해 이미 이 일을 치른 세 저자의 도움을 담은 따뜻한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