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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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조선희의 명성은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작품집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책 중간중간에 어쩐지 익숙한 작품들이 있다. 아마도 광고나 기타 매체를 통해 조선희 사진작가의 작품인 줄 모르고 접하였던 것으로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무척 익숙하고 친근한 작가라고 느껴진다.


이 책 이전에 가지고 있는 사진작품집은 2권 정도로 모두 해외 작가이다. 도시 속에서 춤추는 댄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조단 매터와 종군 사진기자로 활약하였던 로버트 카파 등이다. 분명한 주제나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두 작가에 비해 <내 마음의 빈공간>을 통해 접한 조선희 작가의 작품은 그 제목이 말하듯이 정적이고 사람의 내면을 담는 작품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는 사진들은 첫번째 파트인 기록 속의 인물사진들이었다. 인도 또는 아메리카 인디언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들이 무표정하게 있는 모습들을 보면 그들이 살아온 인생사를 그 주름 속에 담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없이 무표정한 모습은 오랜 세월 우리곁을 묵묵히 지키는 나무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라도 우리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상호간에 방관자 역할밖에 못한다면 직접적으로는 서로 통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같은 인간이기에 그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는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들은 언제 기뻐하고 슬퍼할까? 이런 감정조차도 그들에게 사치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그런 감정을 소화하기에도 지쳤는지. 그들의 무표정하고 주름진 얼굴에서 삶의 무게를 유독 느끼는 것은 내 자신이 내 삶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것인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세계 각국의 풍경이 담긴 여행 편에 담긴 사진들은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의 숭고함도 함꼐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모래언덕 같은 곳 사이사이 구불구불한 도로가 담긴 사진이었다. 깊은 계곡이나 높은 산, 또는 강같은 곳도 없는데 왜 길을 이렇게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인 느낌이 적고 잼있는 사연이 담겨있는 것 같아 어쩐지 즐거운 기분이 드는 사진이었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 처럼 사진 하나하나를 오랜 시간 동안 보면서 명상하는 것이 옳은 감상법이 될 것 같은 책이다. 머리를 비우고 다시 한번 사진 속으로 빠져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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