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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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효과로 유명한 베블린의 저작을 드디어 읽었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의 큰 틀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책의 구석구석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증거를 제시하거나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고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주입시키려는 느낌이 들어 책의 후반부로 가서는 그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베블린의 생각에 대해 용약해서 설명해준 내용을 들어서 이 책의 앞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유한계급은 (그 팟캐스트에 따르면) 우리말로 불한당(땀을 흘려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지주나 자본가 등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베블린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유한계급의 특성은 노동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계층에 대비하여 자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노동이 필요없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의복 등 패션을 통한 현시효과가 가장 유명하고, 이와 연관되어 종교, 교육, 문화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그의 주장이 담긴 책 후반부는 읽기 쉽지 않았다. 베블린은 그의 주장의 대부분을 인류가 초기 계급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할 때의 경쟁의식이나 폭력성 등에서 유한계급의 사고나 행동 양식이 출발하였다고 주장하는데,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천민자본주의에서 나온 허영과 배금주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느껴진다. 오늘날의 유한계급(그러니까 불한당)의 행동양식의 기원이 베블린의 설명과는 다를지라도, 베블린이 이 책에서 이야기한 유한계급의 종교나 교육과 관련된 병폐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불평등이나 계급 등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점의 발생에 대한 그의 사고는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이라고 여겼던 것이 유한계급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불편한 느낌도 들게 되었는데, 좀 더 내공을 쌓은 후 다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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