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의 섬 (4종 중 1종 표지 랜덤) - 개정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이정호 표지그림 / 알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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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의 섬>은 올리버 색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내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접한 영화 <사랑의 기적>이나 책으로 처음 접하였던 <오악사카 저널>에서 나타난 모습과 무척 비슷하고, 유사한 분야를 연구 또는 추적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영화 <사랑의 기적>에서 비춰진 올리버 색스의 모습을 무척 좋아하기에 2장 소철 섬의 내용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다른 증상으로 비춰져서 다른 원인으로 생각된 소철 섬 원주민들이 겪고 있는 병이 실질적으로는 <사랑의 기적>에서 올리버 색스가 접했던 병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원인을 추적하는 내용에서 그 원인이 찾아지길 기원하였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원인을 찾지 못한 점은 무척 안타까왔다. 다만 병의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 요잉이 줄어들어 그 증세로 고생하는 사람은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겠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올리버 색스의 모습이 그다지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이다. 이미 <사랑의 기적>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실패한 기억 때문인지 이 병원의 원인과 치유방법을 추적하는 존 스틸 박사에 비해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쉬웠다. 또한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원주민들이라는 점 때문인지 과거 이 병에 대한 연구를 어느 정도 수행하였던 다른 연구자도 존 스틸이 새롭게 연구를 진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열성을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올리버 색스가 <사랑의 기적>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철 섬에서 마비 증세를 겪고 있던 환자들도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돌발적인 상황에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모습이나, 모든 그의 저작에서 나타났듯이 환자들을 비롯한 그가 접하는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은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책의 앞부분에 실린 1장 색맹의 섬의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갈라파고스같이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우연한 사고로 색맹이라는 유전적 특성이 거의 대부분의 원주민들에게 퍼진 현상을 보는 것은 원주민들의 고통과는 별개로 인류에서 발생하는 진화론의 증거를 목격하는 의미가 있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올리버 색스가 이 원주민들과 같은 색맹의 입장이 아니기에 정확하게 깨닫기는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원쥠들의 사회가 색맹에 대한 차별이 없는 것은 물론, 그들의 색이나 시각과 관련된 문화가 다른 방향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편리한) 발전한 것을 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그들과 유사한 증세를 가진 (그래서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크누트 노르드뷔라는 인물이 올리버 색스과 함께 그 곳을 방문하여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교류하는 모습 역시 따뜻한 느낌을 주고 감동적이다. 이 부분은 <오악사카 저널>이나 <뮤직 코필리아>에서 청각 장애자들과 만나 도움을 주고 교류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해줘 역시 무척 반가운 느낌을 준다.

 

두 편으로 나누어진 방문기에서 올리버 색스는 무척이나 꼼꼼하게도 그가 방문한 섬의 이곳저곳에 대한 경관이나 그의 느낌 등을 정말 자세하게 남겨서 정말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계속하여 내가 아직 읽지 못한 그가 남긴 글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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