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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에 이은 단편선이다. 원작은 한 권으로 이루어졌지만, 국내에는 두권으로 나누어져 출간되었다. <그랜드마더스>부터 도리스 레싱의 작품을 3권째 읽은 셈인데, 아직까지는 저자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3권 모두 느낌이 묘하게 달라서 모르고 읽었다면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사랑하는 습관>에 실린 작품들은 냉소적인 분위기 등이 어쩐지 헤밍웨이를 연상시킨다. 특히 바다 속 암초 아래에 있는 동굴을 헤쳐나가려는 야심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인 <동굴을 지나며>는 완전히 헤밍웨이가 쓴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물 속에서 숨을 참고 견디며 잠수를 하면서 코피를 흘리고 머리까 깨지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면서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이루고자하는 모습은 완전히 헤밍웨이 소설의 등장인물이었다. (아마 소년이 아니고 나이든 중년이고 마지막에 생명을 잃게 되었다면 더 그럴 것이다.)
이번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다른 여자>이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과 중후반의 이야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서 살짝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야기 초반의 이야기는 중반 이후 이야기 흐름 속 필요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여자>의 줄거리 자체는 완전히 페미니즘 철학을 이야기로 만든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가정에 불충실하고 개인적인 욕망만 따르는 남성과 비교하여 여성만의 연대를 이루어 살아가자는 메시지는 무척 공감을 주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자인 나 역시 이야기 속의 남성 등장이물의 행동에 부끄러웠고, 그의 행동 양식이 완전히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런 의식을 가진 남성들을 보아왔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야기가 주는 메세지가 매우 돌직구 형식으로 던져지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까지는 도리스 레싱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보면서 작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