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사이에 별로 익숙치 않은 그런 친절과 사근사근함이 더 슬펐다. 나는 거기서 충동이기보다는 결심을, 그리고 감히 입에 담기도 힘든 것이지만, 사랑보다는 예의를 보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p.149)  

 

 

 "제롬, 이건 내 자수정 십자가야. 오래 전부터 이걸 너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에, 사흘 전부터 이걸 가지고 있었어." 

"그 자수정 십자가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상당히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의 딸을 위해, 내 기념으로 네가 간직해 주었으면 해." 

"무슨 딸?"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알리사를 쳐다보며 이렇게 외쳤다.  

"조용히 내 말을 들어 줘. 부탁이야. 아니, 그렇게 나를 쳐다보지 마. 벌써부터 얘기하기가 아주 힘들어. 그렇지만 이 얘기는 꼭 너에게 해두고 싶어. 들어 봐, 제롬, 언젠가는 결혼하겠지?... 아니, 대답하지 마. 제발, 내 말을 중단시키지 마. 나는 단지 내가 너를 몹시 사랑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거야.... 벌써 오래 전부터...3년 전부터...네가 좋아하던 이 작은 십자가를 너의 딸이 언젠가는 내 기념으로 걸어 주었으면 하고 나는  생각했어. 오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고 말이야... 어쩌면 그 아이에게... 내 이름을 붙여 줄 수도 있겠지..." 

그녀는 목이 메어 말을 중단했다. 나는 거의 적대적으로 외쳤다.  

"왜 너 자신이 그 애에게 그걸 주지 못하는 거지?" 

그녀는 더 말하려고 애썼다. 그녀의 입술이 흐느끼는 어린애의 입술처럼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의 눈길의 놀라운 광채가 초인간적이며 천사와도 같은 아름다움으로 그녀의 얼굴을 젖어 들게 했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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