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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하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13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의 스포일러 있음
마지막장까지 읽은 지금 밀려오는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 이해하지 못하고 내머리속에 머물러있는 인물들의 잔상이 아른거린다.역자해설을 참고하여 찾아낸, 본문속에 슬쩍슬쩍 퍼뜨려 놓아 주의하지 않고 넘겼던 장면들에서 작가의 의도가 새삼 느끼지며 나를 전율시킨다. 스따브로긴이라는 인물때문에 초기 집필방향과는 다른 대대적인 개작이 있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스따브로긴의 캐릭터는 굉장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가 왜 자살로 결말을 맺었는지... 마리야에게 보낸 편지에서, 관대함을 보이며 자신을 기만하는게 두려워 자살할수 없다고 밝힌 그가 돌연 최후의 순간까지 의식을 가진채 자살로 이른 그 심경의 변화과정 대한 세밀한 묘사없이 결론만 내던진 작가의 숙제에 당혹스러웠다.
찌혼의 암자장에서, 삶의 모든게 시들해서 권총자살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꿔 소녀를 농락하고 미친여자와 결혼하고 이중결혼을 계획했던 그가... 그리고 미친 아내와 레바드낀, 샤또프의 살해를 종용하고 방임하며, 정치적 협잡꾼(뾰뜨르)을 조종하여 사회를 극도의 혼란으로 몰아가는 사건을 일으키게 한후 자신은 거기서 홀연히 도망쳐, 자살한 그의 심리적 갈등을 난 이해 할수 없었다. 곳곳에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그 모든것을 확인한 후 왜.....
자신의 범죄를 알렸을때 사람들의 증오에 대해서는 초연할수 있지만 '웃음'만은 견딜수 없다는 고백..그래서 사람들의 웃음이 들리지 않는곳을 선택한것일까? 그냥 희망없이 허무한채로 살아가는것과 자살하는것은 많이 다른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꿰어 보지만 역시나 작가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는 역부족이고 스토리자체가 뒤섞여버린다.
역자는 스따브로긴을 점령한 모순된 가치를 향한 동시적인 욕망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 동시성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형식을 통해 두 가치 모두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스따브로긴을 이해할수 있으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하며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하는 것일까?
2015,11,4 지금은 내용도 희미해졌지만 리뷰를 쓸 당시 스따브로긴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현재는 모든 것을 이룬 후에 오는 허탈감, 삶의 무의미함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생각은 2년 전에 마틴에덴을 읽고 공감하면서 스타브로긴을 떠올렸을 때 알게 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