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코끼리의 등>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거 좋아한다.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것들은 재미있게 봤다. 사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영화, 책 둘 다 두루 재미있게 봤다. 이런 종류의 영화나 책에서의 캐릭터들은 실수도 하고, 대책 없지만 사랑스럽다. 그래서 내가 그녀인 듯 내용에 빠져든다. 그리고 가슴에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런 이야기를 사실 기대했다. 이 책 제목은 한마디로 짜증 나는 제목이다.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라니, 세상에 그렇게 짜증 나는 말도 없을 거다. 그렇지만,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런 책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이 소설은 가벼웠다. 그리고 불평, 불만만 하는 여자 캐릭터는 공감도 안 되고 제목에서부터 이는 짜증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가시지 않았다.

서른넷이라는 한 여자(안토니아), 그녀는 2년을 사귀면서 함께 사는 남자친구가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은 호르몬 적으로 헤어지거나 결혼을 하거나 둘을 결정하는 때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한다. 사랑한다는 말도 예전보다 못한 거 같고, 성적인 문제도 그런 거 같아 친구의 말에 루카스의 반응이 어떨지 고민을 한다. 그런데 그런 시기에 루카스의 예전 여자친구가 그녀가 사는 쾰른으로 이사를 오고, 예전 여자친구가 하는 환경운동에 루카스도 같이 한다. 이제 그녀의 고민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 남자친구 되찾기(사실 되찾기도 아니고 안토니아 혼자 심각한 거였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어쩌면 루카스의 예전 여자친구의 관계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뭐 외국 사람들은 예전 연인과 친구도 되니까. (나는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 살 붙이고 살다가 (외국에서는 사귀면 대부분 동거도 하니) 헤어졌다고 그 감정도 헤어질까. 문득문득 생기는 게 감정일 텐데.) 그러나, 안토니아는 그들이 항상 함께하는 것들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끝나도 처음과 달라지는 건 없다. 단지 안토니아가 루카스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것뿐. 그래서 쉽고 빨리 읽었지만, 빨리 읽은 만큼 허탈감도 컸다.

나도 예전에 그런 고민 했었다. 1년8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호르몬. 그것 때문에 콩깍지도 서서히 벗겨진다는 이야기를. 그래서 결혼 전에 고민도 많이 했지만, 살아보니 정말 콩깍지도 씌워졌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보이는 대로 실망하고, 잔소리하면 서로 더 힘들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콩깍지로 안 보였던 부분들은 일부러 콩깍지 씌우기로 했다. 호르몬이 없어지는 시기라고 그럴 때마다 확인한다며 안토니아처럼 하다가는 쥐뿔에 쓰러질 듯하니.

사실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너무 가볍고 진부했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뺏길까 노심초사, 불안해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안 들었다. 일이고 뭐고 일단은 남자친구 일이 우선이라는 그런 생각도 싫었다. 내 남자친구 지키기 대작전 이런 이야기보다는 좀 더 당당하고, 자기일 잘 하며, 실수도 멋있게 극복하며 사랑도 지키는 멋진 여성의 사랑이야기를 바랐다면 내가 욕심이 지나친 건가. 지킬 수 없으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그렇게까지 발버둥을 쳐야 하나. 다음에도 위기가 오면 어찌할 것인지. 공감할 수 없는 안토니아의 세계에서 도리질하며 책을 덮었고, 가벼운 마음에 읽은 아주 가벼운 소설이라 내 시간까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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