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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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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생각하면 기분이 아리송송하다. 무슨 일이 생길지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고, 모르기 때문에 어떤 상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창 자라는 나이에 미래의 모습은 첨단화된 지구였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모습이 자주 비췄다.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하고, 말도 해주며, 공중으로 슛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있고, 인간이 하기 싫고 귀찮은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그런 미래. 그런 미래가 21세기에는 펼쳐질지 알았었다. 그렇지만, 아직 그런 세계는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세계가 열리기도 전에 이제 우리는 지구를 걱정해야 한다. 요즘 날씨도 이상하고 화산도 터지고, 지구가 아파하는 모습이 보이니 저런 미래보다 소설 <로드 (코맥 매카시, 2008, 문학동네)>에서처럼 무서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드니 말이다.

이 소설은 지구의 미래에 일어난 이야기다. 제목대로 2058년의 일. 2058년 까마득히 먼 미래라고 느껴지지만, 지금으로부터 48년 뒤의 미래인 샘이다. 그때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늙어 있을까. 존재의 여부를 알 수나 있을까. 이 소설을 지은 작가는 노르웨이 작가이고, 처음 접하는 노르웨이 작가의 글은 어떨지, 어떤 공상과학이 들어 있을지 상상하며 책을 펼쳤다.

2050년. 미신 때문에 멸망에 가까운 상태에 접어든 인류는 플라톤의 생각대로 "공화국"이라는 섬을 만든다. 그 공화국은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태어나면서 부모와 떨어져야 하며, 그로부터 1년 뒤에 등급을 매겨 등급대로 배치한다. 등급이 안 될 땐 없애버리기도 한다. 공화국에서의 1등급은 철학자이고 공화국은 이 철학자들에 의해 통치된다. 감정이 없어진 이성만 있는 나라. 그리고 공화국 내 최고기관인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는 아낙시맨더. 그녀는 아담 포드의 삶 이야기를 준비했고, 심사위원과 아낙시맨더의 질의응답으로 아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담이 가졌던 반항과 감정, 자유의지에 대해서. 4시간의 긴 시간이라면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소설은 이루어져 있다. 물론 1시간마다 쉬는 시간도 주어졌다.

그리고 공화국의 법을 지키지 않은 아담을 완전히 제거할 목적으로 공화국은 공개재판을 열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되어버렸고, 당황한 공화국은 아담을 사형시키는 대신 최첨단 인공지능을 지니면서 이성적인 로봇인 아트와 같이 있게 하는 것으로 벌을 대신했다. 그리고 아담과 아트는 논쟁을 한다. 그들은 인간과 기계와 차이점과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197쪽)"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인다. 뇌와 심장이 없는 기계와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없어져 버리는 인간. 그 둘의 논쟁은 누가 이길까.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로봇 이야기다. 로봇은 이성적이고 프로그래밍 화 되어 있어 주입한 정보에만 반응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니, 어떤 돌연변이 같은 변종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1999)>처럼. 그리고 <아이, 로봇(2004)>처럼 너무 이성과 깊은 사고 때문에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인간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아트의 배신처럼. 그리고 고장 나면 장기를 바꾸고, 자신이 로봇인지 사람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은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2003, 열린책들)>의 한 부분이 생각났었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정말 집안일 같은 것들을 하기 싫을 때는 나 대신 집안일이며 모든 걸 해주는 로봇이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그렇게 되면 누가 인간이고 누가 로봇인지 나는 뭐 하는 사람인지 회의가 들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처럼 말이 청산유수 같은 로봇이 쫑알거리면 더 골치가 아플 것 같다. 그리고 너무 기계만 믿고 모든 걸 내맡길 때는, 그들의 배신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그런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정말 하기 싫을 때 한 번쯤은 써도 좋지 않을까.

인간이 로봇과 다른 점, 그럼으로써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로봇이 인간다워지더라도 로봇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구가 아파하는 지금의 모습을 보니, 미래의 지구가 걱정도 되면서 로봇이 내 생활반경에서 귀찮은 내 일을 대신해주는 미래가 정말로 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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