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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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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모여서 술 한 잔씩 들어가다 보면 으레 무서운 이야기, 괴담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날씨가 오늘같이 흐리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런 이야기는 오고 간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선배 집에 두런두런 모인 우리도 처음에는 그저 술잔을 기울일 목적이었지만, 날이 흐려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하니 무서운 이야기, 괴담 이야기를 하는 이가 나타났다. 어디서 들었다면서 시작하는 그 무서운 이야기에 바짝 긴장을 하며 듣다가, 무서워서 소리를 꽥 지르기도 하고, 끝이 시시하다며 입술을 삐죽 내밀기도 하며, 소름끼친다며 벌벌 떨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고 있으니 그때의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마침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니 이 책을 읽기에는 딱 제격이다.

이 소설은 아주 옛날에 쓴 소설이다. 한시치라는 오캇피키(사건의 수사와 범인을 체포하는 사람)가 노인이 된 지금 소설 속 '나'에게 얘기를 해주고 '나'는 그것을 기록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한시치는 범인 체포를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사건을 많이 만났고, 또 세심하게 작은 물건 하나라도 깊게 관찰하며,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들의 연관성까지도 찾아낸다. 그래서 마치 한시치라는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 속에는 소름끼쳐 책장을 넘기기 두려웠던 이야기도 있었고, 생각보다 시시하다며 실망의 미소를 짓는 이야기도 있었고, 생각보다 흥미진진해한 이야기도 있었다. 첫 얘기에는 무서운 여자그림 얘기를 하는데 그 그림을 보여주는 건가 싶어 뒷페이지에 그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책장이 넘어가지가 않았다.

한시치 체포록에는 총 12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과학이라는 것이 발달하기 전이었던 일본의 에도 시대. 그때도 사람살이에는 범죄가 있었나 보았다. 그 시절에 탐정 같은 한시치는 괴담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괴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 있는 범죄의 냄새를 맡은 한시치는 사건들을 조사하고 괴담의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괴담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사람들,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그 속에는 있었다. 그리고 불륜과 사랑도 빼놓지 않고 있었다. 괴담을 그렇게 쉽게 믿다니 하며 우둔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어쩔 수 없었겠다 하며 재미있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런데 일본어는 잘 몰랐기에, 지명인지 인명인지 정말 헷갈렸다.

탐정소설이니 미스터리니 기대한 만큼 사실 크게 감명받은 건 아니었지만, 잔잔하면서 이상한 이야기, 그리고 서민들의 이야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잘 몰랐던 에도 시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됐다고나 할까. 귀신인지 요괴인지 하는 것들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말(이야기) 속에만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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