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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이라는 수도는 나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그저 먼 "꿈같은 도시(459쪽)"였다. 서울에서 온 친구는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서울에 갔다는 사실은 엄청난 자랑거리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서울이라는 곳을 가 보았고, 서울에 여러 명소를 다니며 눈이 동그래졌다.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을 마음속 깊이 멋진 풍경으로 새겨넣었었다. 그렇지만, 왜 서울만 그렇게 발전하는지, 모든 좋은 것은 다 서울에만 있는지 시샘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동경과 질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인인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마도 수도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이 소설 속 인물 중에서 시마자키 구니오의 심정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래서 그의 선택이 너무 아쉬웠다. 아, 젊고 패기 넘치고 똑똑한 젊은이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성화 봉송이 생각났다. 예전에 올림픽 때마다 성화를 들고 전국을 돌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성화 봉송을 아직 하는지, 안 하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어졌다. 그 활활 타오르는 불을 들고 다닐 때면 어린 마음에도 어째 불안은 있었는데. 언제부터 신경도 쓰지 않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성화를 이용하려고 했던 시마자키, 그의 편을 들어줄 수 없었던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죽지는 않았겠지 기대를 해보지만 알 수 없다.

책이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나는 이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시마자키 구니오의 안타까운 행동의 결과를 보기 싫어서였다. 그렇다고 그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게 바랄 수도 없었다. 그랬기에 경찰과 시마자키의 쫓고 쫓기는 상황은 긴장감이 팍팍 들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쿵쿵댔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새로 건설돼 도로를 달리며 깨끗해졌다며 흐뭇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요시코. 그 속에 피와 땀이 있었다는 건 모르는 채. 당연히 알 수 없었겠지만. 그리고 내가 남산에서 올라 서울의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일이 이야기와 함께 겹쳐서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도 그 속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없었다. 세상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소설이었고, 오쿠다 히데오를 다시 보게 해준 소설이었다.   

"희생자를 짓밟고 이루는 번영이라면 그건 지배층만을 위한 문명이에요." (65쪽) 
"하긴 그 사람들에게 도쿄는 꿈같은 도시일 거야." (4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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