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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콘스턴스 브리스코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라는 말. 성격도 다르고 어떨 때는 한 배에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를 형제라도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프긴 해도 똑같이 아프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뭐, 똑같이 아프든 덜 아프든 아프기는 할 건데 이 책에서는 전혀 아프지 않은 듯이 엄마의 학대는 지독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엄마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어떻게 친엄마가 그럴 수가…., 라는 말만 되풀이해야만 했다.
내가 이 책을 들었을 때 한창 동계올림픽 남자 500m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뛸 때는 사실 지겨웠다. 그런데다 기계적인 문제까지 가미되어 시간은 계속 갔고, 나는 그 지겨운 시간을 대체할 것을 생각했고,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경기할 때, 광고할 때, 짬짬이 텔레비전을 켜 놓고 소리만 없앤 채 읽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이 책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감에 따라 나의 상기되어 있던 기분은 가라앉았고, 이 책의 엄마에게 깊은 원망을 품어야만 했다.
이 책은 수기이다. 저자인 콘스턴스 브리스코가 직접 겪었던 일을 적어놓았다. 녹록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적어놓았다. 엄마의 폭력과 엄마로 말미암은 다른 가족들에게서의 따돌림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 자식을 발로 차는 건 예사고, 잔인하게 할 수 있는지, 나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은데 왜 하필 그녀만인지.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싶었다. 왜냐고 따지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그 엄마 말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는 좋은 엄마로 비치고 싶어하는 그 속내도 참 비겁해서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범죄 드라마에서 보면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많은 아이가 커서 나쁜 길로 들어서는 스토리를 많이 봐왔다. 그렇지만, 이 수기는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어도 굳건히 이겨내 판사가 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안겨준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에게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13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어이없는 집세와 전기료의 압박으로 3가지의 일을 해야만 했고, 언제나 잠이 모자랐지만, 변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 그 희망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희망에는 K 선생님과 K 선생님이 준 <소공녀>라는 책이 밑거름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어렸을 때의 학대를 받는 내용이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신 엄마에 대한 분노와 클레어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책 전체 분위기가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당차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클레어가 희망적이면서 경쾌해 책을 읽어내려가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어린애들은 꿈을 먹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이유라도 아이를 학대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클레어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에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아 다행이었다. 희망과 용기가 그녀를 살린 것이다. 엄마에게서 영원히 벗어난 그녀가 이제는 그렇게 바라는 행복이라는 곳에 들어서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