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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 미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허먼 멜빌 외 지음, 한기욱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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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창비에서 총 9권의 나라별로 고전 책이 나왔다. 그것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들만 모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중 미국편인 '필경사 바틀비'이다. 이 책에는 1830년대에서 1930년대의 작품 중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그 속에는 내가 알고 있었던 작가도 있었고,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도 있었다. 그리고 이미 만나봤던 단편도 두 개 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열한 편의 단편은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먼저 소개되고 있는 작품은 <주홍글자>로 잘 알려진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인 <젊은 굿맨 브라운>이라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청교도 마을에서 살던 젊은이가 어느 날 밤 숲 속을 헤매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의 거짓된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인지 아닌지 브라운도 알지 못한다. 애매한 결말과 숲 속에서의 몽롱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은 공포소설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였다. 아마 이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커피와 함께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세 번째 작품은 <모비 딕>으로 유명한 허먼 멜빌의 단편작품 <필경사 바틀비>이다. 이 단편은 변호사 사무실에 필경(직업으로 글이나 글씨를 씀)을 하러 온 바틀비의 이야기인데 바틀비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또 왜 그렇게 옹고집인지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함만 남기고 끝나버려 도대체 바틀비가 누구일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번째는 마크 트웨인의 단편소설 <캘레바래스 군인의 명물, 뜀뛰는개구리>인데 이 작품은 몇 년 전에 읽은 마크 트웨인의 단편에 포함되어 있던 소설이었다. 개구리를 훈련시키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었지만 훈련된 개구리를 보통의 개구리와 다를 바 없게끔 해버린 외지인의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왔었다. 다섯 번째 작품은 헨리 제임스의 <진품>이라는 작품인데 진품이 진품이 되지 못하는 상황과 어떤 상황에서도 귀족이고 싶어하는 어이없는 모습에 '썩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는 남편의 요구로 사회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을 앓고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창살을 기어가는 여자와 주인공이 벽지를 보며 하는 생각들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찰스 W. 체스넛의 <그랜디썬의 위장>은 흑인 노예의 도망문제를 다룬 작품이었는데 마지막 반전에는 통쾌함이 어려 있었다. 여덟 번째 작품인 스티븐 크레인의 <소형보트>인데, 선박에서 겨우 살아남은 네 사람이 작은 보트를 의지해 육지로 향하는 상황을 그렸는데 그 작은 보트가 어떻게 위험한 파도를 헤치며 육지까지 갔는지, 마치 나도 물 위의 파도 끝에 매달려 있는 듯이 그려놓았다. 그리고 셔우드 앤더슨의 <달걀>이라는 작품은 출세하고 싶은 가족의 이야기인데 기괴한 닭의 모습을 모으는 아버지의 모습과 달걀로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쓰럽게 표현되어 있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이 다음 작품인데 아름다운 여자인 주디와 덱스터의 안타까운 사랑이 그려져 있는데, 그 속에는 <위대한 개츠비>와 같이 물질적인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은 열한 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는데, '우리'라는 화자를 씀으로써 에밀리를 둘러싼 소문들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 소문중심에 있는 에밀리가 폐쇄적이 되어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미리 말할 수는 없지만 제일 압도적이었다.

작품들이 모두 마음에 쏙 들어 하나하나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음, 좀 두서없어 보이는군.) 짧은 시간 부담없이 또 가볍게 읽는 소설이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준 것 같기도 하다. 미국은 단편의 붐이 일어 엄청난 단편이 있다고 했다. 그 단편들 다 만나볼 수는 없어 아쉽지만, 오늘 만난 단편들로 만족해야겠다. 나머지 여덟 나라의 단편들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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