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먹었던 스파게티를 생각해보니 거의 한 종류만 먹었던 것 같다. 토마토소스에 해물이 가득한 스파게티. 해물을 좋아해서 메뉴를 고르다가 해물 사진만으로도 아무 생각 없이 골랐을 것이고 크림소스를 먹고 느끼해 죽을 뻔했던 했던 기억이 있기에 토마토소스만이 나의 유일한 친구였다.(여담이지만 남기고 들고온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엄마가 소금을 쳐서 드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사줬다고 하니까 끝까지 드시던 엄마의 모습에서 괜히 숙연해지고 죄송스러워서 다음에 더 좋은 걸 사드린다고 다짐했던 기억도 난다.) 난 파스타에 대해 너무나 문외한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고, 다행히도 이 책이 나를 파스타의 세계로 서서히 인도해주는 것 같았다. 그것도 정통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가본 적 없는 이탈리아, 그 속의 파스타를 이 책은 생생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즐기는 파스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소스와 파스타 면이 있고 지역마다 그 지역의 파스타가 있으며 거기에 맞는 소스도 다양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파스타를 하기 위한 재료부터 파스타와 함께 곁들이는 와인도 함께 설명해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즐기는 파스타의 오해와 진실도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이 책 한 권으로도 파스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파스타에 대한 생생한 교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만 있으면 파스타는 문제없을 것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겼다. 특히 책 속에 있는 레시피와 사진은 너무나도 먹고 싶게 했다. 책 속 전체 이야기가 파스타 이야기에 군침이 도는데 사진에 레시피까지,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나에게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듯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거의 점심, 저녁을 즐긴다는 파스타. 그 파스타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보통날의 모습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추억도 서려 있었다. 파스타와 함께했던 여러 에피소드들이 그랬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보통날이 되어버린 파스타가 저자에게도 보통날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파스타를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내가 먹은 파스타는 정통 이탈리아식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탈리아의 파스타도 경험해보고 싶지만, 사실 이탈리아에 가기도 어렵고 익숙해진 것에서의 탈출을 강행할 자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파스타에 대해 어설프게나마(정확히 알려면 몇 번이나 정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알았으니 혹시라도 기회가 생기면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도 먹어보고 싶다. 그들의 보통날의 파스타를 나도 즐겨보고 싶다. 요즘 "파스타" 라는 드라마도 하던데 같이 보면 더 흥미로울 거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