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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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집회에 참여하던 선배가 있었다. 우연히 그 선배와 얘기하는 도중 그 선배가 한때 정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경이었을 때 주로 하는 임무가 집회 통제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집회를 다닌다면서 깔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 번씩 같이 일했던 정경을 만나면 끝나고 서로 반갑게 인사한다고도 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 나에게 "서로 할 일을 한 것뿐이지, 친구인 건 바뀌지 않아."라고 하면서 술을 한 잔 마셔댔다. 난 그 옆에서 아이러니하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백이현은 유명인사(셀러브리티)의 가십이나 셀러브리티들의 지저분한 것들을 파헤치기 위해 일하는 파파라치 기자이다. 그러던 중 셀러브리티의 애인이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파헤치려고 했던 그들의 일상이, 이제는 자신의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기자들에게 파헤침을 당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셀러브리티의 고충을 알아가는 것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공주가 되고 싶다고 세계 곳곳의 왕자에게 편지를 쓰던 어린 공주님이 공주가 되는 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 마치 공주님 같은 이 세상의 하나뿐인 블링블링, 셀러브리티가 되려고 하지만 결국 그 셀러브리티를 쫓는 기자가 된 백이현의 이야기이다. 또 많은 잘난 여자들만 사귀었던 셀러브리티 유상현이 어떻게 빈틈투성이의 백이현에게 빠져드는지 재미있는 상황이 전개된다.

백이현은 기자이다. 잘나가는 스타인 유상현과 캐리라는 여자배우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본 그녀는 일부러 그의 차를 박고 그 둘의 사진을 찍어 특종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유상현은 오해하고 그 오해가 맞물려 다른 오해를 낫고 결국은 유상현과 사귀게 되어버린다. 유상현에게는 환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데뷔 초기 때 사귄 지금은 톱스타가 된 지은서와의 결실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지은서는 아들과 결혼을 포기하고 일을 선택했었고, 유상현은 그런 환이를 책임져야 했다. 그리고 백이현은 지은서와의 갈등도 겪어야만 했다.

이 소설은 왠지 드라마의 분위기를 풍겼다. 어떻게 보면 막장드라마의 분위기였다. 웃지 못할 사고로 만나는 남자연예인이라든지, 그 남자연예인은 잘나가기에 돈이 많고, 왜 저렇게 답답하냐면서 가슴을 치게 하는 여주인공, 유상현과 환이의 관계(출생의 비밀), 갑자기 나타난 예전 여자친구 등. 드라마에서 꼭 써먹는 이야기들이어서 조금 싫증이 났었고, 작가의 이전의 책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셀러브리티들의 모습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의문을 띄우고 거기에서 해답을 얻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뻔한 동화들의 모임들을 보는 것 같았지만 뭐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소위 잘나가는 여자에 대해 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소설이었다. 정수현의 소설은 무료하거나 나른한 오후에 차 한 잔과 과자를 옆에 두고 가볍게 읽으면 좋은 소설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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