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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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기상천외한 이야기, 좋아한다. 나 같은 사람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만한 이야기는 읽고 있으면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기분 좋은)과 또 다른 독특한 이야기를 찾으려고 책장을 넘기기 바쁘다. 작가가 정말 사람일까부터 생각해서 경외심까지 든다. 이 책도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뭔가 하나 빠진듯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은 그저 낯섦이라고 하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감이 있었다. 그래도 뭐, 전체적으로는 독특한 이야기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소설집이다. 단편들의 모임이긴 한데 <크렐러의 행복한 캠프 생활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주 짧은 단편들이다. 단편 중 재능을 가져가는 악마가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한 편만 쓰고 싶다고 부탁한다. 4페이지 정도 되는 소설을. 악마가 그걸 허락하고 4페이지 정도를 다 쓰고 나면 그의 재능을 가져가는 이야기가 있는데<마지막으로 한 편만, 그걸로 끝이죠> 이 작가는 악마에게 자주 재능을 빼앗겨 항상 4페이지 정도 되는 소설만 쓰는가 싶은 엉뚱한 생각도 했다.
총 22편의 단편이 있다. 22편의 이야기이기에 나오는 사람들도 다양하며 이야기의 주제도 다양하다. 그 중 이 책의 표제작인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자>는 처음에 나온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늦게 온 사람들에게는 야박하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버스 운전자. 어느 날 에디라는 식당 종업원 때문에 그 신념이 져버리게 되었다. 그를 통해 예전에 이루지 못했던 꿈, 신이 되고 싶다는 그 꿈을 다시 생각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어지는 <굿맨>은 어릴 적 친구인 굿맨이 이름이 굿맨(착한 사람)임에도 살인을 저지른다. 그 소식을 뉴스를 통해 보고 사형을 받기 전에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 그 친구와 만나고 얘기를 나누며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그 비행기 안에서 여자친구를 괴롭혔던 상사를 만난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상사가 신음하며 그걸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엄마의 자궁>이라든지 <신발>, <돼지 부수기>, <장자의 재앙> 등은 그래서? 어쩌란 말인데? 라는 의문문이 자동으로 떠오르게 한다. 정말로 중간에 재능을 뺏긴 게 아닐까, 심히 의심된다.
아주 짧은 단편이기에 읽기에는 쉽다. 예전에 유머를 모아놓았던 책처럼 몇 페이지 안 되는 소설을 재미로 쑥쑥 읽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 있는 내용은 쑥쑥 알아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부가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얘기는 정말 싫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젊은 작가라고 한다. 상도 많이 탔고 영화도 나왔다고 하지만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다. 책을 읽는 게 내 머릿속을 더 어지럽게 만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하는 책은 처음이다.
그리고 끝까지 이 책은 날 실망하게끔 하였다. 난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 같은 걸 읽는 것을 즐긴다.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크게 실망시킨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은 이 책의 저자와의 친분 사이만 자랑하는 것이다. 그의 찬란한 이력소개와 함께.
표지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고 적혀 있다. 맞다 웃음은 나온다. 재미있어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을 때 나오는 웃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