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베트남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랐고 지금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오가며 생활하는 작가, 남 레. 그런 여정을 겪었던 작가이니만큼 이 소설집의 이야기도 광범위하다. 베트남에서의, 아이오와에서의, 히로시마에서의, 이란에서의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읽기가 만만치 않다. 한 단편, 한 단편 마주할 때마다 책을 읽는 속도는 점점 줄어든다. 책을 놓기도 일쑤다. 그렇지만, 한 페이지씩 늘어날 때마다 작가에 대해, 지금 살아가는 이 삶에 대해,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인생의 행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소설집은 일단은 낯설다. 그리고 아프다. 단편은 한 편씩 끝나지만, 그 후의 아픈 이야기는 계속 되는 듯한 느낌도 함께 받는다. 그래서 자주 손에서 놓았을 거로 생각한다. 항상 단편들을 읽으면 읽고 난 다음 또 다른 생각을 해야 해서 책을 보는 게 두 배는 힘들다. 특히 이런 책은 더.

이 책의 표제작인 <보트>는 아픔의 최고인 거 같다. 엄마의 부탁으로 마이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사는 곳에서 벗어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 탈출에서 만난 모자. 그리고 200여 명의 사람들. 작은 보트에 200여 명이 한데 모여 탈출을 꿈꾼다. 발 디딜 틈도 없는 그곳에서 그들이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폭풍을 만나고 바다에 떠 있는 그들에게는 물이 부족하다. 매일 몇 명씩 죽어 상어 밥이 되어가는 그 상황에서도 마이와 모자는 삶을 살아간다.  끝없는 바다 속에서 끝없는 기다림. 희망을 손짓하던 그 순간, 희망과 함께 마이에게는 절망도 오고 만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그녀는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른 단편들에서도 저마다 희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 희망은 절망이 되어버린다.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다시 다른 희망을 향해 달려가길.

약간 어지러운 이야기도 있었다. 남 레, 이 작가는 독자에게 절대 친절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 어디로 가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저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에게 철저하게 맞혀져 있을 뿐이다. 처음에 나왔던 단편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은 작가와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백, "우리는 베트남 보트피플이죠."(23쪽)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낯설고 새로운 베트남 출신 소설. 내 마음속에서는 이 책을 내려놓으라고 수없이 많은 외침이 있었다. 그것을 무시한 채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다. 그리고 무거운 소설은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그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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