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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Two Lap Runners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가와시마 마코토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단순히 무라카미류의 '식스티나인'이 읽고 싶어서
구입하려 했는데 '800'을 구입하면 '식스티나인'을 주는
이벤트가 있지 않은가. 아니, 이게 왠떡인가 해서 바로 구입했다.
솔직히 먼저 '식스티나인'을 구입하려했지만 책을 받아보니
'800'이 땡겨 먼저 읽어버렸다.
솔직히 중간정도 읽을때까지 난 바보였다.
그 두인물이 한인물이라고, 성격이 좀 이상한데, 뭐지, 하면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읽어나가버린게 실수였다.
정말 뭐야. 싶은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해서 역자후기를
읽어보았더니, 아니 글쎄. 2인칭이 아니던가!!!!
젠장.! 정말 모든게 다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
그렇다고 이때까지 읽은걸 다시 덮고 처음부터 읽고 싶진않았다;
그래서 앞쪽을 봤다가 다시 읽었다가를 반복;
그제서야 서서히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제서야 뒤죽박죽머리가 깨끗해지는 느낌.
'달리기'라는 주제가 나의 흥미를 확 끌어잡았다.
내 기억속의 '달리기'는 항상 풋풋한, 청소년들의 꿈,
시원한 바람내음을 생각나게 해서 책을 받아보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800M 달리기 선수인 전혀 다른 성격의
두명의 남자고등학생이 각각 독백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파란하늘, 트랙, 풀내음, 바람, 빨라지는 심장박동, 열기...
이 두학생을 사로잡아버린 육상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파란 표지 만큼이나, 엔딩장면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내 10대때의 모습을 아련히 느끼게 해주는...
"트랙을 가로지르는 바람, 등을 콕콕 찌르는 잔디,
뭐라 이름 지어야 할지 모를 공기 냄새. 나는 이대로 스타디움에
녹아들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되고 싶다.
만일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야 할 때가 온다면."
"왜 800미터를 시작했느냐고 묻는다면, 비 개인 날의 잔디 냄새
때문이라고 대답할 거야. 육상경기장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아니, 생긴 꼴은 정말 단순해, 단순하다니까.
한 바퀴 400미터의 트랙, 직선 두 개와 반원 두 개로
이루어진 놈이 사발처럼 생긴 스타디움 바닥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처음 그 사발 바닥에 내려섰을 때는 다리가 떨렸다.
응, 솔직히 말해서, 얼고 말았지. 하늘이 스탠드에서
올려다보는 거와는 달라보여. 엄청 커. 아무것도 없어.
텅하니 빈 하늘뿐이야. 새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