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앤 드래곤 아트북
마이클 윗워 외 지음, 권은현 외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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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게임센터(아케이드)를 좀 다녀온 사람이라면 던전 앤 드래곤(이하 D&D)을 분명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4명이 동시에 게임하는 흔하지 않은 시대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게임은 서로 경쟁해서 한 명이 살아남는 비시바시류 게임이 대부분인데, 이 게임은 특이하게 1명부터 4명까지 최종 보스 처단을 목표로 협동하는 게임이다. 실력만 있다면 원코인에 1시간 가량을 플레이 할 수 있어 게임센터 주인은 굉장히 싫어하는 게임 중 하나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 당시 저녁 식사 후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 책에서도 언급하는 조금은 학창시절 괴짜에 속하는 친구들과 함께 Table RPG를 했었다. 한 친구가 스토리보드를 짜오면 나머지 친구들은 여러 모양의 주사위를 던져 마스터가 짜온 각본대로 때론 던전 속 미로와 난관을 헤쳐 나갈 때도 있었고, 아주 작은 고블린 같은 몬스터에 전멸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가고 고등학생의 머리로는 더 이상 만들어 낼 스토리가 없어질 때 쯔음, 세가새턴판 던전 앤 드래곤 이식판이 발행되면서 저녁 식사 후 D&D는 비디오게임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당시 비디오게임에 일반적이었던 턴 방식의 RPG와는 다르게 빠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몬스터와의 전투, D&D의 Rule을 그대로 적용한 그 게임은 오랫동안 빠져 지내기에 충분히 잘 만든 게임이었다. 특히 레드 드래곤과의 전투는 당시 어떤 비디오게임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감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얼마 전에 D&D가 영화로 개봉하더니 D&D에 대한 아트북도 발간되었다.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데 수립된 Concept나 이미지 등을 정리하여 아트북으로 발행하는 건 대부분인데 이 책은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과거 최초로 D&D가 제작된 당시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T-RPG 게임 패키지를 기준으로 제작된 삽화와 삽화가 제작된 근거나 오마쥬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주요 몬스터들의 모습이 진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Arcana라는 뜻은 Magical Mysteries를 의미한다고 한다. D&D 패키지(표지나 매뉴얼, 소설 등) 삽화나 개발되어온 마법과도 같은 비밀(모방을 포함)들을 보여준다. 이 책은 태초의 D&D의 모습으로부터 현재까지의 진화된 모습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 Archive인 동시에 D&D 창시자 가이객스라는 사람과 TSR 이라는 회사가 현재까지 겪어온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D&D의 성공, 사업의 확장, 그리고 사업의 실패를 비롯한 회사의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의 TSR의 역사이다.


책에서 보면 TSR이 발행한 D&D 패키지, 리뉴얼 패키지, 소설 등의 저작물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는 성공한 게임 후속작을 주구장창 내놓으며 사골까지 뽑아먹는 캠콤이나 닌텐도의 전략과 비슷해 보였는데, 책에 적힌 당시 사연을 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였다. 세기말로 넘어오면서 당시에는 당연시 되었던, 피할 수 없는 디지털화, 복제 문제를 접하는 것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D&D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파생상품들이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러스트는 양키센스가 듬뿍 담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느낌이 점차 강해지는 것 같다. 뭔가 창작물들끼리 닮아가는 느낌이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 D&D 온라인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을 기대했는데 모두 망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T-RPG로써 D&D는 건재한 모양이다.

이 책은 D&D를 조금 더 알고 싶고, T-RPG를 접한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어쩌면 조그만 게임 회사를 창업하고 싶은 도전적인 친구라면 TSR이라는 회사가 세워져 성공과 위기를 겪은 이야기를 통해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는 TSR의 광고 중에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즐기는 D&D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현재는 육아나 직장에서의 업무로 T-RPG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때 함께 D&D를 즐겼던 친구들과 함께 D&D를 다시 즐겨보고 싶다. 과거 캠콤이 만들었던 새도우 오브 미스타라와 같은 더 화려하고 더욱 플레이어 친화적인 D&D 게임을 TSR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길 기대해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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