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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타 GUGU 7
토노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 좀 읽는다는 분들은 망설임없이 추천하는 작품들이 있다. 치키타 구구는 늘 그 리스트의 상위권에 위치했지만 문제는 보고 싶어도 책이 없었다. 4권인가.. 그 전후로 재발행되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은 재발행 이후부터다. 언젠가는 나오려니 기다렸더니 진짜로 나오더라 에서 허허 웃다가 7권 끝부분에 붙은 작가후기의 ' 마지막권 퇴고를 끝냈습니다 ' 에 깜놀; 세월은 지나고 볼 일이로구나. 마음속으로 언젠가 보겠지 하고 접고 있었던 작품들이 하나둘씩 발행되어 놀라고 있는 요즘이다.
일단 기본설정이 독특하다. 부모를 잡아먹은 요괴와 사는 소년. 설정부터 이걸 대체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걱정이 문득 들었다. 잘못하면 소년이 생각없는 캐릭터가 될 거 같았고 - 모든 걸 다 감싸안겠어! - 제대로 하면 - 그러니까 상식 수준에서 부모님의 원수, 용서할 수 없다!! 운운 - 너무 빤한 비극이 될 거 같았다. 이것만해도 머리아픈데 여기에 또다른 요괴&인간 커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둘은 조심스러운 라&치키타와는 달리 대놓고 너 없인 못산다며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그 와중에 인간과 요괴의 복잡미묘한 관계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런 모든 일들을 치키타와 라 라므 데라르는 함께 지켜보며 서로에 대해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이 만화는 여러가지 반전들이 많다. 말하면 미리니름이 될테니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자. 다만 그림체가 귀엽다고 내용까지 귀엽고 샤방하란 법은 절대 없다는 거다. 작가 스스로 언급했다시피 그림만 보면 초등학생이 봐도 무난할 것 같지만 내용으로 보면 겨우 3권만에 살인, 불륜, 식인, 강간, 근친 등이 밥먹듯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사람을 기겁하게 만든다. 한 에피소드안에서 사람이 떼로 죽어나가는 건 별일도 아니다. ' 웃는 얼굴로 댕강댕강 목을 날리는 만화 ' 란 감상을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본적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정확한 표현이다.
캐릭터들이 단순명쾌해보여도 말했다시피 설정이 복잡하므로 생각하는 것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 된다. 한 가지 사건에 숨겨진 또다른 이면이 있고, 그 사정까지 알게되면 양쪽 모두 피해자라는 애매한 상황이 대부분이라서 누구 하나를 열렬히 응원하거나 동일시하면서 읽다가는 여지없이 뒤통수 맞기 싶상이다. 어쩌라는거야!!!하고 투덜거리면서도 반전의 재미가 상당하니 불편한 느낌을 억지로 무시하면서도 읽게 된다. 그 불편함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이거다.
- 인간은, 인간이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추하다
십이국기로 유명한 오노 후유미의 또다른 작품, ' 마성의 아이 '에 나오는 글귀다. 이 작품은 저 글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준다. 차이점이라면 오노 후유미가 '인간은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어' 라고 끝냈다면 tono는 '그래도 방법이 있을거야'라고 말한다. 다만 저 '방법'이란게 어떤건지는 8권 완결을 봐야 알겠지. '마성의 아이'를 읽고 그 깔깔함에 많이 불편했기에 치키타 구구의 결말이 솔직히 기다려진다. 이 아이들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 하고.
내용언급을 빼자니 상당히 애매한 리뷰가 되었기에 부득불 덧붙이자면 일단 재미있다.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귀여운 캐릭터, 꼼꼼한 이야기 솜씨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덮고 나면 생각하게 된다. 자아- 이제 어쩔 것이냐. 재미와 감동, 그리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작품이니 대부분의 리뷰어들이 이 작품을 칭송하는 건 아마도 그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