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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반판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기무라 타쿠야 외 목소리 / 대원DVD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국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가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컷던 탓에 극장에 엄마랑 같이 갔다가 대박 챙피했다. 토토로 정도만 됐더라도 내가 그렇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두서가 없고 캐릭터는 종잡을 수가 없더라. 감독이 대체 말하고 싶은게 뭐야???? 엄마가 나오시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 이거 애들이 보는거 아니냐?' 하는데 애니도 당당한 예술매체 중 하나다!! 라고 주장하는 나로서도 그냥 입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억울한 심정으로 극장에서 돌아와서 리뷰들 보니 아니나다를까 원작과 비교하며 혹평 만발. 그래서 원작을 읽어봤는데, 장담하는데 원작이 훨씬 낫다. 하울의 쓸데없는 정의감 왕창 덜어내고 찌질함을 업그레이드 시킨 다음 전쟁의 비중을 확 떨어뜨리자 등장인물들이 훨씬 생생해보였다. 아무튼 내용 험담은 이쯤하자.
솔직히 말해 내가 dvd 구입한 이유는 한국어 더빙때문이다.
원래는 시장통에서 파는 천원짜리 짝퉁 dvd를 갖고 있었다. 한국어 더빙이 워낙 좋다길래 화면은 안봐도 좋으니 들어나보자는 심정으로 샀는데 왠걸, 일본어 더빙과는 비교도 안되게 한국어 더빙이 훨씬 좋았다.
무엇보다 전문 성우를 기용해서 발음이 또렷하고 (일본쪽은 소피 빼고 대부분 성우 아님) 무엇보다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한다. 발음부터 불문명하고 국어책 읽는 듯 무뚝뚝해서 좋게 말해 미스테리어스하고 나쁘게 말하면 너 무슨 생각하는거냐? 싶던 하울이 정말로 생긴대로 매끈하게 빠진 목소리로 겁많고 귀찮은걸 싫어하고 사실은 한심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정말 만화 등장 인물 같은 목소리를 들려준다. 한국 성우분은 김영선님. 참고로 원작의 하울은 애니에서처럼 저렇게 멋진 캐릭터가 아니다. 말도 못하게 찌질하고 비겁하고 대책없는 남자다. 내가 여태읽어본 연애소설 주인공 중에 저런 캐릭터는 본적이 없을 정도다. 다만 그게 좀.. 얼굴로 커버되면서 귀여워보인다는 점은 비슷....할지도?
일본어 판에서 좀 아줌마스러웠던(....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피도 정확하게 소녀와 아줌마와 노파를 구분해서 연기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소피는 기본적으로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성격이다. 마녀의 저주에 걸린 이후 소피가 처음부터 끝까지 80세 노파의 얼굴을 하고 있냐면 조금 다르다. 소피의 마음가짐에 따라 중년 아줌마가 됐다가 소녀도 됐다가 하며 계속 바뀌는데, 이런 부분을 무척 잘 살려 연기했다. 일본쪽 성우도 베테랑이라 나무랄데가 없긴 했지만 아무래도 외국어다 보니 그게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았는데 한국 성우분이 너무나 훌륭하게 연기를 해내셔서 완전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성우분은 손정아님. 이분의 디란두를 아직 기억하는 나에게 5.1돌비 사운드를 위해 정품 dvd를 망설임없이 구입하게 만들 정도의 위력을 가지신 분이다.
그리고 하일라이트는 아무래도 캘시퍼 역의 엄상현님이 아닐까 한다.
진짜, 정말, 꽉 끌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캘시퍼를 보여준다!!!!! 보다가 몇 번이나 뒤집어지고 되돌리며 봤을 정도다. 일본쪽 캘시퍼도 물론 귀여웠지만 이걸 한국어로 더빙하면서 대사를 조금씩 바꾸거나 추가해서 깜찍도 up! 그걸 또 얼마나 감칠맛나게 연기하셨는지! 보다보면 님은 밥먹고 이런것만 연습하시나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소피가 날 무시한다, 하울이 마구 부려먹는다 등등 시종일관 꽁시랑거리는데 이건 그냥 귀엽다. 깜찍! 귀여운 연기는 이런거다 보여주는 최고의 연기교본 되시겠다. 상현님 만만쉐! 결정적으로 한국어판 캘시퍼 때문에 dvd 샀다. 이런 깜찍한 목소리를 저화질 동영상으로 보기엔 너무 아깝잖아! 줄줄이 말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dvd는 이런 사람에게 추천>>
1. 한국 성우팬 - 김영선, 손정아, 엄상현님 팬들은 필수 구입!
2. 미야자키 하야오 할배의 열렬한 팬 - 스토리 이런거 버려! 할배 작품이면 무조건 산다!!
감상이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일본어판 더빙도 그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다만, 성우들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나와 감상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소설 원작 팬들이라면 더더욱 비슷할거다. 아니 정말, 이 애니의 최대 실패는 더빙이 아니라 각색이다. 좀 심심했더라도 전쟁 부분은 뺐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말해두는데, 이렇게 투덜거렸음에도 별 4개 먹인건 오로지 한국어판 더빙 때문이다. 하여간 난 배우가 애니 더빙하는 작품 치고 맘에 드는게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