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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로 가는 길
테사 줄리아 디나레스 지음, 아나 고르디요 토라스 그림, 김정하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0년 9월
평점 :
어두운 밤, 한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를 향해 걷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 속에 묻혀 걸으며 아이는 엄마아빠에게 어디를 가는지, 왜 갑자기 떠나는지 등을 묻는다. 하지만 엄마, 아빠, 할머니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 그저 걷기만 한다.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집과 고향을 떠나게 된 사람들이 난민 캠프로 가는 과정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전한다. 작가들은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것을 계기로 사람들이 난민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라서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글을 쓴 테사는 주인공 아이의 질문과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텍스트로 난민들의 고통스럽고, 암담하고, 험난한 여정을 전한다. 그림을 그린 안나는 묵직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어두운 블루톤을 사용했는데, 이 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난민이나 망명자들의 사진, 다큐멘터리 등 실제 이미지를 참고했다고 한다.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어둡고도 강렬한 파란색, 가면을 쓴 듯 표정 없는 얼굴, 무서울 정도로 초점 없이 퀭한 눈동자, 일그러진 형체,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이 독자의 마음을 서늘하고도 아프게 만든다. 난민의 슬픔과 두려움, 상실감, 무력감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하루아침에 집과 고향을 떠나 낯선 길 위에서 헤매며 살아야 하는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된다.
다만, 어둡고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 난민의 상황을 잘 전달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아이들중에 더러 그림에 대한 낯설음으로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겠구나 싶다.
유엔난민기구 통계에 의하면 전쟁이나 천재지변, 기근,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고국을 떠나거나, 고국을 떠나지 못했지만, 유엔난민기구에 보호를 요청한 사람들이 현재까지 약 7,4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에 가까운 수치다.
난민의 이야기가 우리와 동떨어진 것 같지만 우리나라도 과거 수많은 이들이 전쟁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던 역사가 있다. 6.25 전쟁 이후 분단국가가 되며 수많은 피난민이 생겨났고,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억하며 현재의 난민들을 바라보게 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난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을 도울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지금도 난민 캠프를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이들, 또 난민 캠프를 떠돌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길 꿈꾸는 이들, 그들의 고통스럽고도 먼 여정에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할 길동무가 되어준다면 좋겠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일부가 국제 구호 단체인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로 기부되어 난민들을 돕는 데 쓰인다고 한다. 책을 읽고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책 한 권 사는 것을 통해서도 그들의 길동무가 되어줄 수 있음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 책과 더불어 난민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으로 <같은 시간 다른 우리>, <긴 여행>, <잃어버린 아이들>을 읽거나 영화 <뷰티풀 라이>을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