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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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퀘렌시아

p14 좋아하는 공간,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시간,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 이 모두가 우리 삶에 퀘렌시아 역할을 한다.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퀘렌시아이다. 나아가 언제 어디서나 진실한 자신이 될 수 있다면 싸움을 멈추고 평화로움 안에 머물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곳이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좋아하는 공간 : 내 책상, 내 침대,

가슴 뛰는 일: 책 읽고 글쓰기, 세상 구경 ( 자연, 전시, 식당 등등)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 : 친구, 가족, 스승

 

찻잔 속 파리

p21 노 플라블럼의 기준을 나에서 타인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빅 플라블럼이다.

 

나에게서 모든 존재를 포함한 더 큰 공동체로 사고의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 나의 자리에 세상을 앉히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난 괜찮아라는 생각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괜찮은가요? 하고 묻게 될 것이다.

 

노플라블럼! 나는 내가 늘 쿨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다지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그 쿨함은 오로지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상처받기 싫어서 누군가를 사랑하려 들지 않았다.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를 유지하다가 아니면 그만둔다. 상대가 괜찮은지는 나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언제나 내가 더 중요했다.

나의 자리에 중심축을 이동해 나의 자리에 세상을 앉히는 것,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은 때가 찾아왔다. 상대가 어떤지, 세상이 어떤지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또 묻고 싶어졌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비롭다. 또 괜찮았음 좋겠다. 빅 플라블럼이었던 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미소 짓게

p31 이 늙은이가 생의 마지막 기쁜 순간들을 가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말, 우리가 내미는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영혼은 그 마지막 느낌을 마음에 간직한 채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p 39 우리는 자주 오해받는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봄마다 껍질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는 나무와 같다. 우리의 정신은 끊임없이 젊어지고 더 커지고 더 강해진다.

 

나는 조금씩 변해간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며 지난달의 나와 이번 달의 내가 다르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아주 많이 변해있다. 내가 자주 하던 말, “어떤지 묻지 마세요. 20년째 똑같아요,” 이 말은 진실이기도 또 아니기도 했다. 남편 밑에서 경제적으로 평탄하게 살아왔다는 것이 진실이었고 나의 정신과 외적인 모습은 조금씩 아니 어쩌면 아주 많이씩 변하고 있었다. 1년 전 일기를 보다가도 내 마음이 이랬구나하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변해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알게 모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쩌면 아주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며 피식 웃어본다.

 

지금이 바로 그때

p55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놓친 것은 지금 이 순간들 이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행동하는 날, 그날이 바로 길일이다.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 오면 좋겠다.

p66 이름 없이 여뀌의 존재에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여뀌와 나 자신이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간과 식물이라는 구분을 버리면 우리 모두가 같은 생명이 흐르는 통로이다.

 

지식들은 앎이 아니라 대상을 분류하는 편리 수단일 뿐이다.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자세히 볼수록 더 모르게 된다. 그것이 존재의 신비이다. 한 존재를 아는 것은 한 세계를 끌어안는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그냥 그대라고 불렀다. 그 자체로 존중이고 사랑이다.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로 오면 좋겠다. 나도 그 많은 이름을 버리고 당신에게로 가면 좋겠다.

 

작년부터였을까? 선생님은 식물의 이름과 새들의 이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새들을 관찰하며 도감을 찾고 새소리를 기억하려 했다. 비슷한 꽃들도 구분하려 노력하며 각기 다른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도 덩달아 꽃밭에 심어놓은 식물들의 이름 간판을 읽어보고 또 다른 곳에 갔을 때 내가 외워둔 식물들이 나타나면 기쁜 마음으로 이름을 불러주었다. 많은 식물들 많은 새들이 그냥 한 무리의 생명이었다면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우리는 이전에 알던 사이처럼 친구가 된듯했다. 누군가를 더 깊이 더 자세히 알아 봐준다는 것은 관심이고 사랑이었다. 아무개! 너 이름이 아무개지? 이름을 안다고 해서 대상을 다 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일게다. 류시화 님의 말처럼

그를 깊이 알고 싶을수록 더 깊이 다가갈수록 점점 그것에 대해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테지만 이 지구상의 함께 존재하는 가족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p69 흔한 가시나무 장미꽃 앞에서 보낸 몰입의 순간들 속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 몰입의 순간에 그는 나는 더 이상 하찮고 우연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느꼈다. 나아가 한송이 꽃의 기적을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전체가 바뀔 것이다.’라고 썼다.

 

우리는 보고 느끼기 위해 태어났다. 그 밖에 꼭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에 몰입하고 감동할 줄 아는 영혼을 가지고 우리는 이곳에 왔으며 그 몰입과 감동이 삶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인생을 살아 나가게 하는 힘이다.

 

보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존재해야 한다. 너의 마음은 거의 언제나 다른 곳에 가 있다.

진정으로 바라봄이야말로 사랑의 행위이다. 눈앞의 세상을 보지 않고 삶을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영혼이 고통받는다. 깊이 바라보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감동이 늘어만 간다. 세상 모든 것이 신비하고 경이롭다. 길가에 작은 들꽃 한 송이도 인간이 만들어놓은 인공물들도 대단하고 훌륭하고 또 아름답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든 만물이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어찌 당연할 수 있었을까?! 메마르게 느꼈던 내 마음은 또 어떤 연유로 그랬을까?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만 같다. 이제 새롭게 이 세상을 다시 사는 것만 같다. 가능한 많은 것들을 음미하고 향유하고 싶다. 이 세상에 와서 아름다움에 더 몰입하고 감동하며 신나게 누리고 싶다.

 

 

혼자 걷는 길은 없다.

p77 모든 행위는 고유한 파장이 있고 그 파장과 일치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고 믿는 것은 실제로는 우리의 고정된 생각과 관념, 제한적인 지각 작용이 만들어 내는 환상일 뿐이다. 그것이 존재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이다.

 

그대에게 가는 먼 길

p83 겉으로 보면 그날 나는 먼 길을 빙 돌아서 월든 호수로 갔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그와의 만남을 향해가는 지름길이었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다.

 

신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기 위해 때로는 길을 잃게 한다.

 

멀리 간다고 헤매인다고 원래 계획했던 길이 아니라고 징징거리지 않기로 했다. 작은 에고의 생각으로 나의 길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온전히 기꺼이 누리면 된다. 삶은 나에게 알아서 선물을 펼쳐주신다. 그것이 설령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언른 그 마음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고 몰입할 것이다. 매 순간을 그렇게 온전히 살고 싶다.

 

비전 퀘스트

어떤 일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외적 수단으로는 그 답을 얻을 수 없다. 해답은 자기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자만심과 부족한 인내심과 두려움은 자기 안의 위대한 신비가 보내는 메시지를 가로 막는다.

 

마음이 원하는 길을 두려움없이 걸어가라.

 

지금 내가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p102 부족함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삶이 베푸는 것에 자주 감탄하고 몰입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풀꽃 한 송이 봄 햇살 차 한잔에서 감사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p106 장소들은 본래의 모습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오랜 수고와 노력을 기울리지 않으면 장소는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여행은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자주 그 장소에 가슴을 갖다 대었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하며 그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헛된 욕망과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 무언가를 원한다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 노력보다는 운을 바랐고 실력을 쌓기보다는 얕은 눈속임으로 깊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것마저 말도 안되는 욕심이란 것조차도 몰랐다. 나를 과대평가했고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억울해했다. 하지만 현실의 나를 파악하는 눈이 생기면서 헛웃음이 나올 만큼 내가 하찮고 우습다. 요즘 같아서는 누군가 앞에서서 강의를 한다는 것조차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구멍으로 숨거나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사람들 앞에 설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내가 실력을 쌓고 내 일에 더 최선을 다해야하는 이유는 교육생들의 시간 낭비를 조금이나마 막기 위함이다. 나 스스로를 비참하게 내몰지도 않을 생각이다. 그저 담담히 여기에서 당장 무엇을 할지 고민할 것이다.

 

 

p144 나머지는 삶이 알아서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바위를 움켜잡고 있는 두려움에 찬 손을 놓기만 하면 삶이 알아서 하리라는.

 

죽음 앞에서

내일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 오늘이 훨씬 소중하고 기쁘다.

 

나는 내가 사는 삶이 덤이라는 생각을 더욱 갖게 되었다.

 

삶은 하나의 선물이다. 매 순간이 축복의 순간일 수가 있다. 나의 낡은 머리는 떨어져 나갔으며 나의 심장은 나와 함께 남았다. 사랑하고 고뇌하고 갈망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살과 피가 남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면 삶이 그 만큼 더 소중해진다. 무의미한 고민이나 일들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주어진 날들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더 절실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영원히 불가능해질 위기에 처하면 그것들은 다시 아름다워진다.

 

오늘 감동한 일이 있었는가.

p191오늘 놀라운 일은 무엇이었는가?

오늘 감동 받거나 인상 깊은 일은 무엇이었는가?

오늘 나에게 영감을 준 일은 무엇이었는가?

영적인 깨어남이란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새로운 눈

인생의 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이 느끼고 감동하며 살았는가.

풀벌레 하나, 꽃 한송이 저녁노을 사소한 기쁨과 성취에도 놀라워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이다. 감동을 느낄 때 우리는 정화되고 행복해지고 신성해진다.

 

p204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나무 풀 태양 꽃 새 벌레들과 친해진다. 바람을 느끼고 온몸으로 비를 맞고 사람들을 껴안고 강아지와 달리기를 한다. 자신이 처음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매일 매일이 마지막 경험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과거 분류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의 모습이다.

 

p210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 너무 많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세상을 내면의 중얼거림으로 유지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말하기를 멈추자마자 세상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안다.

 

p212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오로지 그 순간에 깨어 있는 것이 그 명상의 핵심이었다.

 

순간의 주의 기울이기

 

자두, 그것이 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상상했다. 자두를 키운 따사로운 햇살, 땅의기운, 비를 내려 주는 구름과 밤의 별빛, 농부의 노동에 고마움을 느꼈다. 자두 한 알 속에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었다.

 

마음 챙김은 마음 챙김을 낳는다. 그 마음 챙김 식사의 신성한 경험을 모든 행동으로 넓혀 갔다. 식사라는 일상적인 부분을 명상화 함으로써 무슨 일을 하든 그 자세로 하게 된 것이다. 걸을 때나, 일을 할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알고 주의력을 집중했다.

 

진정으로 온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때 그것이 먹는 일이든 걷는 일이든 숨 쉬는 일이든 강력한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하나만 집중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길가는 미친 여인이 중얼중얼 읊어대는 이야기를 들으며 따라가다가 자신의 마음속도 저 미친 여인처럼 끝없이 재잘대는 소리를 알아채고 놀라 겉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가 마찬가지겠구나 하는 류시화님의 말씀이 많이 공감되었다. 내 마음속에도 늘 시끄럽다. 어제 다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 앞으로의 계획 또 아주아주 오래된 이야기도 문득 떠올라 한참을 휩쓸려갔다가 돌아오고 꿈꾸듯 내용도 가지각색에 그에 따른 감정들도 복잡다단하다. 나도 문득 이런 마음의 이야기들이 겉으로 드러난다면 난 정말 미친 여자 같겠지? 라는 생각을 해 본 일이 많다. 그나마 요즘은 마음의 수다가 많이 줄어들었다. 욕망이 줄어든 탓인지 예전보다는 훨씬 덜 시끄럽다. 하지만 여전히 궁시렁궁시렁 댄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챙김훈련을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많이 놓치고 만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다. 그것이 내 마음이든, 누군가의 이야기든, 숨을 쉬는 일이든 조용히 가만히 들어다보고 싶다.

그 안에 어떤 기쁨이 들어있는지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다. 정신을 더 예민하게 날을 세워 세상의 모든 것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싶다.

 

p221 축복은 하심을 통해 스스로 받는 것임을 알지 못했다. 외부의 힘에 의해 깨진 알은 생명이 끝나지만 내부의 힘에 의해 깨진 알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위대한 일은 언제나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

 

p231 그 목숨들에 값하는 삶을 우리가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만큼 중요한 명상은 없다.

그 삶을 잘 사는 것만이 그 생명들에 값하는 길이다. 그들이 어느 날 꿈속에서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자신들의 수많은 희생에 값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고

 

p235 어둠 속을 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마음이 지어내는 환상을 꿰뚫어 보는 투시력이 생겨난다.

 

축복(blessing)이라는 단어는 상처입히다(blesser)라는 프랑스어에서 나왔다. 축복은 종종 상처와 고통을 통해 오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눈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p240 인간 존재는 누구나 완벽하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태어난다. 그러나 삶이 우리 존재의 보석에 금이 가게 만든다. 하지만 그 불완전하고 상처입은 자신을 아름답게 재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삶의 예술이다. 흠과 결함을 더 창조적인 것으로 변신시키기 때문에 예술인 것이다.

 

p253 길에서 낯선 이로부터 선물 받은 두 개의 음악 테이프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어떤 좋은 걸 타인에게 주려고 하는 것만큼 널리 전파되는 마음은 없다.

 

[넓어지는 원]

넓은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p257

사랑의 관계와 쓸모의 관계

거래에서는 순수 존재로서의 나보다 상품 가치로서의 나가 우위에 선다.

용도와 기능이 존중받아도 존재가 무시되면 진정한 관계가 불가능하다.

나를 온전히 존재하게 만드는 너는 그만큼 특별한 존재이다.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

이것은 나 중심주의로부터의 해방이다.

 

쓸모의 관계 사람을 대하는 나의 자세였다. 용도와 기능이 다하면 언제든 버리거나 바꿔버리는 일이 쉬웠다. 그런 생각 때문에 나도 상품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믿었다. 내용물이 별로라면 포장이라도 화려하게 보이고 싶었다. 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가까운 관계는 원치 않았다. 적당한 거리에서 그들에게 가치있는 존재로 보이고 싶었다. 누군가를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도 어리석었다. 사랑은 없고 쓸모의 관계만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사랑과 관심으로 상대를 온전히 대해주고 서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이. 길들이기를 했던 여우와 어린 왕자가 생각난다. 서로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는 관계.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려한다.

 

p265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숨 막히게 사랑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 숨 막히게 몰입한 순간, 삶과 숨막히게 접촉한 순간이 그것이 꼭 거창한 순간일 필요는 없다.

 

p271 신이 짜놓은 근사한 일정을 우리가 망치지 않기를 그 여정에서 더 많은 모험과 시련과 근사한 일들을 겪게 되기를

 

주저하지 말고 경험에 뛰어들라. 문제에 대한 해답을 타인에게서 빌리려 하지 말고 그 문제를 살아야 한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다.

 

너는 길에서 얻은 모든 것들로 이미 풍요로워져

 

고난에 찬 여정이 빨리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긴 과정이 되기를 신들에게 기도해야 할 것이다. 오랜 과정 끝에 도달한 자기 발견이 더 진정하고 확고하기 때문이다. 아예 늙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편이 더 낫다. 지혜로운 현자가 되는 것은 긴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여정이 풍요롭고 신기함으로 가득 찬 시람은 목적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미 그 자신이 멋진 삶을 누렸기 때문이다. 후회없이 살고 치열하게 추구한 사람은 더 바라는 것이 없다. 그는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목적지들이 가진 목적은 우리에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선물하는 일이다.

 

풍요로운 여정을 만들어가려 한다. 긴긴 여정이라야 더 좋다. 그래야 조금 더 지혜로워질 테니. 후회없이 치열하게 숨 막히게 몰입하며 더 바랄 것 없이 살고 싶다. 이 여정의 매 순간이 신의 선물임을 알고 풍요롭게 아름답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류시화 작가님의 에세이는 우리의 현실의 삶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이분의 삶의 현장은 모험과 여행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현실의 삶에서 꿈을 꾸듯 그의 삶을 바라본다. 그의 경험에서 얻은 정신을 엿보고 배우려 한다.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의 경험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데 어떤 정신과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그 마음을 깊이 새겨 보려 한다. 자칫하면 그 고상한 정신이 아주 쉬운 것 마냥 착각할 수 있다. 관념과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있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아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마음을 내어주고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따뜻한 웃음을 보내고 경비아저씨의 노고에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친구와의 만남 뒤에 너가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동생의 생일날 함께 저녁을 먹고 강아지와 매일 산책을 간다. 길가의 핀 꽃을 바라보며 신비로움에 감동하고 전시회의 그림을 보며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와 울컥한다. 요즘 우울한 언니에게 그림을 보내주고 안부를 묻는다. 매 순간 나 자신보다는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 보려는 요즘이다. 이 에세이는 지금의 내 삶이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다. 내 마음이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시며 또 지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시는 것만 같아 흐뭇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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