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소개 | 유쾌하고 비수같은 역사 속 농담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고 죽음을 맞이하려는 순간 그의 제자는 “사부님이 부당하게 돌아가셔서 슬프다”며 눈물을 흘린다. 다음 순간, 소크라테스는 생의 마지막 농담을 던진다. “그대는 내가 부당하게 죽지 않고 정당하게 죽기를 바라는가?” 지금 맞이하는 자신의 죽음이 정당한 것이 되려면 소크라테스는 죽어 마땅한 죄인이어야 한다. 억울하게 죽기 때문에 명예로울 수 있는 자신의 역설적 처지를 그는 절묘한 농담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농담들이 등장한다. 탈레스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를 비롯한 그리스․로마의 철학자와 중세 이후 프랑스 문인들이 남긴, 해학과 풍자로 가득찬 일화와 명언 등이 수록돼 있다. 작가는 근자에 ‘여우 이야기’ ‘트리스탄과 이즈’ ‘중세 시인의 객담’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랑스 중세 문학작품을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좀더 가볍게 읽히면서도 삶의 진면목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수집했다. 여기 몇 개 감상할 만한 것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곡식을 널어놓고 독보리를 열심히 골라낸다. 군대에서는 용기 없는 병사들을 가려내 집으로 보낸다. 그런데 정치판에서는 참으로 기괴한 현상이 벌어진다. 즉, 천하고 추하며 극도로 못된 자들이 정부 속에 끼어 있어도, 그들을 가려내지 않는다.’(‘독보리는 열심히 골라내면서’편)
‘프랑스의 한 시골마을에서 세무관리 하나가 순박한 농민에게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국가에 바치는 돈이 결국에는 아저씨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가령 아무리 흉년이 들고 다른 천재지변이 닥친다 하더라도 국가는 그 돈으로 아저씨를 굶지 않으시도록 해드립니다.” 여기에 대한 농부의 대답은 “아! 그렇군요. 우리 개에게 고기 한 점이나마 먹이고 싶을 때, 제가 우리 개의 꼬리를 조금 잘라 먹이는 이치와 같군요”이다.’(‘개의 꼬리를 잘라 개에게 먹이는 이치’편)
이처럼 진지한 풍자에 곁들여 그저 가볍게 웃으며 읽고 지나쳐도 좋을, 야한 재미를 주는 농담도 양념처럼 들어 있다.
‘젊은 보좌신부가 소녀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던 중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저는 여러분들이 입술을 벌겋게 칠하고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행실 문란한 여자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그것을 도저히 권장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의 맛이 고약하기 때문입니다”…’(‘보좌신부의 고백’편).

* 가볍게 읽으면서도 나름대로 재미를 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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