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소개 | 시오노 나나미의 '중세 르네상스 멜로'
시오노 나나미가 "옛날 옛적에…"라는 서두가 딱 어울릴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케케묵은 연애 사건들을 현대로 불러냈다.''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스토리''라는 부제를 달고서. 워낙 유명한 ''로마인 이야기'' 때문에 도전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역사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여러 에세이집에서 풍부한 로맨티시즘을 발산한 바 있다. 1975년 쓰여진 ''사랑의 풍경''은 그의 ''공주''같은 개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밀라노.베네치아 등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었으며, 각 지역을 통치하는 대공들은 정략 결혼으로 세력을 넓히는 것이 다반사로 이뤄졌다. 여자들은 지참금 액수에 따라 처지가 달라지고, 결혼 제도를 넘어선 사랑이라도 하려면 목숨을 담보로 내놔야 했다. 교황청 권력까지 서슬이 퍼래 여자의 욕망이란 단단히 옷깃 여미듯 들키지말아야할 감정이었다. 그 와중에도 운명같은 사랑은 피어나고 애인을 향한 애절함이 있었다고 한다.
아홉개 이야기중 첫 편은 16세기 토스카나 대공국의 대공비 비앙카 카펠로의 이야기. 베네치아 최고 귀족의 딸로 태어났으나 계모에게 홀대를 받다 한 남자와 야반도주를 한 아가씨. 자신의 집안을 부풀려 소개한 남편에게 실망을 느끼다 토스카나 대공국의 후계자 프란체스코와 먼발치에서 눈인사를 하게 된다. 권력자의 장자와 비참한 신세의 유부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짝이지만 누구보다 애틋하게 사랑을 키우고, 각각 정실 부인과 남편이 죽자 합법적으로 결혼까지 한다. 심지어 비앙카는 남편인 대공이 죽자 상심에 못이겨 12시간만에 같이 눈을 감아 버렸다고.
이밖에 이교도인 투르크의 해적과 한차례 만나 평생 서로를 가슴에 묻어 두었다는 백작 부인, 스무살 연상에 바람둥이인 남편대신 열여덟 꽃미남인 의붓아들을 사랑했다 연인과 함께 처형당한 파리시나 후작부인, 어린 애인을 두고 죽는게 아쉬워 그를 꾀어 궤짝에 넣고는 생매장 당하길 바랬다던 중년의 여인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는 그의 다른 책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시각의 역사 해석은 없다. 한번 만남에 불꽃이 튀고, 목숨을 거는 행위가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짤막하되 세심한 묘사를 덧붙여 작가가 전하는 사랑 이야기는 ''멜로 드라마''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의 가슴을 건드려 줄 것은 분명하다.
* 한번쯤 읽어볼만한 러브 스토리일듯.. 사랑이야긴 언제나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