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할머니는 라픽 할아버지가 강물에 얼굴을 담근 채 드리나 강과 결혼을 했던 그날부터 귀가 먹게 되었다. 우리 고장에서는 드문 일이었지만, 할머니와 라픽 할아버지는 이미 여러 해 전에 이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결혼은 문제 될 게 없었다. 라픽 할아버지가 땅에 묻힌 뒤, 할머니는 할아버지 무덤 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 요리도 만들어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검은 옷도 입지 않았지만,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책 한 권을 가득 채웠어요. 할머니는 쪽지들을 잔뜩 꺼내고서 거기에 적힌 것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 낮과 밤 동안 할머니는 무덤 곁에 선 채로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으며 용서했다. 그 뒤로 할머니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다시는 어떤 질문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393~3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