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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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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었다. 특별한 대화도 없이 그저 웃기만 했는데 가게를 나올 무렵 우리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가게를 나와서 안 일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방향의 반대편 - 즉 입간판의 또 다른 면엔 역시나 아크릴로 크게 〈호프〉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 적힌 작은 영문의 〈HOPE〉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난데없는 희망이 그토록 우리의 가까이에 있던 시절이었다.-95쪽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 호프집의 입간판에도... 담배의 케이스에도 <희망>이란 글자를 새기는 게 인간이야. 문득...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드는 거야. 살아 있는 인간들은 모든 죽은 자들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정말이지 꼭 한 번은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야.-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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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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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할머니는 라픽 할아버지가 강물에 얼굴을 담근 채 드리나 강과 결혼을 했던 그날부터 귀가 먹게 되었다. 우리 고장에서는 드문 일이었지만, 할머니와 라픽 할아버지는 이미 여러 해 전에 이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결혼은 문제 될 게 없었다. 라픽 할아버지가 땅에 묻힌 뒤, 할머니는 할아버지 무덤 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 요리도 만들어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검은 옷도 입지 않았지만,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책 한 권을 가득 채웠어요. 할머니는 쪽지들을 잔뜩 꺼내고서 거기에 적힌 것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 낮과 밤 동안 할머니는 무덤 곁에 선 채로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으며 용서했다. 그 뒤로 할머니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다시는 어떤 질문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393~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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