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었다. 특별한 대화도 없이 그저 웃기만 했는데 가게를 나올 무렵 우리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가게를 나와서 안 일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방향의 반대편 - 즉 입간판의 또 다른 면엔 역시나 아크릴로 크게 〈호프〉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 적힌 작은 영문의 〈HOPE〉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난데없는 희망이 그토록 우리의 가까이에 있던 시절이었다.-95쪽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 호프집의 입간판에도... 담배의 케이스에도 <희망>이란 글자를 새기는 게 인간이야. 문득...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드는 거야. 살아 있는 인간들은 모든 죽은 자들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정말이지 꼭 한 번은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야.-3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