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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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친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lonely`라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다만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서.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가만히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숲과 잠에서 깬 아이와 사원의 기둥처럼 늠름한 다리를 가진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중얼거린다. 저는 외롭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고독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쓸쓸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치 눈이 내리는 밤에 젖지 않는 개와 마찬가지로 저는…… <모두에게 복된 새해 - 레이먼드 카버에게>-140~141쪽

"배를 타고 대양을 건너 우리는 하늘을 봤고 우리는 별을 봤고 우리는 바다를 봤지. 하지만 결국에 우리가 보게 되는 건 자신이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너는 너만을 이해했을 뿐이야. 음식을 맛볼 때, 너는 차이를 맛보는 거지, 그 미각을 맛보는 게 아닐 수도 있어. 재클린만 해도"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225~226쪽

"그럼 할 말은 여기서 할게. 알래스카 코르도바에 마리 스미스라는 에야크 인디언이 살아. 이 지구상에서 에야크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인간이야. 사람들이 그 소감을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대.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한 건 마음이 아프다는 거죠. 정말 마음이 아파요.` 듣는 사람이 없으면 말하는 사람도 없어. 세계는 침묵이야. 암흑이고." <달로 간 코미디언>-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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