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0쪽씩 세계문학읽기를 계속하는 중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다음으로 고른 책은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세계문학은 어느 정도 읽어야 그 작품 안으로 빠져드는 뭔가 모를 선입견이 있는데, 이 책은 초반부터 흠뻑 빠져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30쪽이 아니라 더 읽어버리기까지.소설의 구성은 액자식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라는 액자 사이에 과거 사건이 펼쳐진다. 화자인 ‘나’는 그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되고, 어느 날 이선 프롬이 모는 마차를 타고 다녀오던 중 심한 눈보라를 만나 어쩔 수 없이 이선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며 과거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소설은 이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선이 매티에게 다가갈 때 ‘지나’의 마음에 나는 더 초점이 맞춰졌다. “애정 없는 결혼 속에서 ‘낡은 폐선’처럼 살아가는 이선 프롬”이라는 겉표지의 설명에 비추어 보면, 그와 결혼한 ‘지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마음이 아픈데 몸까지 아프니 더하지 않았을까.1911년에 나온 작품이지만 민음사에서는 작년에 출간되어 싱싱한 작품 해설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 덕분인지, 이 작품을 이해하기가 더 좋아다고나 할까.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이라는 <순수의 시대>도 주문했다. 아마도 빨리는 못 읽겠지만...ㅋ 이렇게 작가의 작품을 이어서 읽는것도 참 재밌다. (작년에 <이선 프롬>과 같이 구입한 이디스 워튼의 <여름>도 아직 못 읽...)
이 책은 말해 뭐할까. 도서관 바로대출로 빌렸다가 다 읽기도 전에 바로 구입한 책이다.늘 유튜브 ‘겨울 서점’을 즐겨 보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좋은 책들을 잘 소개해 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겨울님이 추천해주신 몇 개의 책들은 나도 너무나도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를테면, 테드 창의 소설들이나 김영민교수님의 책 같은...김초엽소설가의 추천사에 써 있는 것처럼 ‘100권의 책에서 가죠온 100개의 문장은 얼른 침대 옆에 쌓여 있는 책들을 펼치라고, 당장 방치된 책장 앞에 가서 서라고 나를 흔든다.’ 나는 책을 읽을 때면 연관된 책들을 메모해서 다음에 읽으려고 기억하곤 하는데, 이 책은 메모도 안 했다. 여기에 나온 책들을 모조리 읽고 싶어서 말이다.책에 관한 100개의 문장과 김겨울님이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세계에 관한 100편의 이야기. 책을 대놓고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더 좋은 듯.
이 작품에서 지나 프롬이 사회적 인습과 제도를 대변하는인물이라면 매티 실버는 개인의 자유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선 프롬은 매티가 상징하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구하려고 하지만 사회는 오히려 그에게 지나가 상징하는 의무와 인습, 전통의 짐을 짊어지기를 강요한다. 이선은 이렇게 서로 상충하는 두 힘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 P182
내가 말하는 은둔은 초연하고 귀족적이고 고상한 탈속이나 고고한정신의 세계 도피가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의 한복판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거리距離의 생산‘ 혹은 ‘간격의 조립과 같은 미시정치적 실천을 가리킨다 - P6
삶의 바탕에 존재하는 것은 전진이나 확장이나 강화가 아니라, 포기다. 코나투스 혹은 힘에의 의지가 아니라 자기-비움이다. - P13
우리 인생의 드라마도 ‘아웃‘의 순간들을 어떻게 겪었느냐라는 관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 P15
지나가 이 말을 문제 삼기에 앞서 이선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연민이었다. -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