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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병원 479번지 (스페셜 에디션)
구본우 지음 / 모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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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리에서 출판된 #미술관옆동물병원479번지
그림그리는 수의사 #구본우원장님이 글을쓰고, 그림도 직접그린 소중한 책이다.

(스페셜 에디션은 책 표지가 바뀌고 구본우 원장님의 싸인이 있다!)

나는 유기동물이나 동물권 관련글이나 피드를 많이 찾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구본우 원장님의 SNS와 이어졌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의 의미와 무게를 알고 계시고,

그걸 사명으로 생각하시는 것같아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게하는 분이 아닌가 한다.


자주 시보호소나 구조자로 부터 유기동물을 인계받아 아픈곳을 치료해주시고,

입양자를 찾는 일까지 손수 하시는 모습을 보고 찐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분이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런 수의사 선생님이 동물들과의 추억을 더듬어 미술관 옆 동물병원 479번지를 쓰셨다고 하니,

당연히 팬의 입장으로 책을 읽게 된다.

책의 수익은 모두 유기동물 구조에 쓰인다고 하기에 한권은 구입했고,

운좋게 스페셜 에디션은 서평단에 당첨된 한권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더 따뜻한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한권은 봉사하고 있는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이다.


누구의 책장에나 한권쯤 꽂혀 있었으면 싶은 따뜻한 책!

미술관 옆 동물병원 479번지



* 구본우 원장님, 하천가에 유기된 랑이를 구조하고 급한 마음에 SNS를 통해 늦은 시간에 문의를 드렸는데, 

몸이 아프신 중에도 상세한 자문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처음 하는 수술이나 복잡한 수술이 있을 때, 혹은 자주 했던 수술이라도

어려운 수술을 할 때는 언제나 수술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다른 상황에서도 시뮬레이션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수의사로서는 좋은 습관이라 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나에게는 그렇게 좋은 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걱정하기에 앞서 먼저 행도하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생길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게 되었고,

결국 안 해도 될 걱정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 P30

구조된 많은 동물들을 치료하면서 동물에게 받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아직도 동물을 인간보다 미미한 존재라 생각하지만 우리 역시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며,

자연과 동물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없는 시골길에서 엄마 갈치가 아픈 다리로 아기 꽁치를 지켜 주던 모습이 지금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 P119

번개는 더는 재발 가능성이 없을 거란 최종 확인까지 받은 후에 우리 병원을 떠났다.

그리고 잠시 한국 생활을 끝으로 미국에 있는 좋은 가족을 만났다.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번개의 영상을 전해 받으며 번개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번개의 꺾이지 않는 의지가, 모두의 꺾이지 않는 간절함이 절망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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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건너 서로를 만났고 이 삶을 함께하고 있어 - 펫로스, 반려동물 애도의 기록
최하늘 지음 / 알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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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책을 빨리 읽어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최하늘 작가의 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건너 서로를 만났고 이 삶을 함께하고 있어를 읽는 동안은 책에 집중을 못하고 샛길로 빠졌다.

과거에 휩쌓이고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 쳤다.

그래서 겨우겨우, 꾸역꾸역 읽어냈다.

책은 펫로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경험을 상담형식으로 풀어낸 읽기 쉬운 글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처와 추억이 닿아있는 한구절 한문장이 무거워서 책장을 넘기기가 수월하진 않았다.

책이 전하는 바는 컸다.
상실에 대한 공감, 이토록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견뎌낼 수 있다.

책의 서평을 써야 하는데, 나는 하소연 같은 긴글을 블로그 썼다.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나마 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건너 서로를 만났고 이 삶을 함께 하고 있어 덕분에 나는 속에 숨겨 두었던 럭키 이야기를... 그리고 보리 이야기를 조금더 수월하게 꺼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은 후련해 졌고, 깊이 감사한 책이다.



영원히 함께 I love you forever!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위하고자 한다면
상실의 무게를 알아주는 것이 우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은
‘말은 신중히 하고 시간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옆에 있는 것‘입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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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최성현 지음 / 판미동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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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사는 별 지구가 곧 천국이다.


미국 서부 트레킹 가이드를 하던 시절, 미서부의 대표 국립공원 중에 하나인 '요세미티(Yosemite)'를 방문하면

손님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었다.


거대한 나무 숲과 북미에서 가장 낙폭이 큰 폭포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덩어리가 큰 화강암 절벽이 버티고 있는 곳.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도 거대해서 입이 떡하고 벌어지지만,

멀리서 그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면 나무나 화강암석의 크기가 몇 배로 확장 되었을 뿐

한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지 않아 김이 빠진다는 분도 계셨다.


미서부를 개척하던 시절, 

사람들은 여러 날 혹은 여러 달동안 황량한 벌판과 사막을 지나 요세미티에 당도했을 것이다.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과 화강암석이 걸러낸 깨끗한 물 그리고 청량한 공기와 풍부한 자원은

그들로 하여금 요세미티를 "파라다이스"라고 기록하도록 했고,

수탈과 침략 그리고 '환경파괴'라는 비극을 불러 온 진원지 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손님들께 설명했다.

여러분이 떠나 온 그 곳이 "천국"이자 "낙원" 였노라고...

유럽 사람들은 깨끗한 물과 안식처를 찾아 그렇게 떠돌아 다니다 

마침내 한국의 환경과 유사한 장소를 발견하고 그 곳을 쟁취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피를 흘렸노라고...


여행을 하지말라는 말은 아니었으나,

천국과도 같은 자연이 있는 '한국'의 환경에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은 설명이었다.

그리고,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의 이 문장이 더 깊이 와 닿았다.



더럽히지 마라. 돌고돌아 네 코와 입으로 돌아온다.


한국으로 돌아와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관광지나 유명 장소는 그나마 잘 관리 된 듯 보였으나 그 이면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무더기로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와 배달이 코로나 19 이후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상용화 된 플라스틱 포장지들을 보니 어쩌면 한국의 산하는 더이상 "천국"의 대명사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숨막히게 많은 쓰레기들...

잘게 조개어지고, 부스러지면 빗물에 씻겨 지하수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우리는 그 물을 여러 용도의 용수로 사용하고, 생활용수와 오염수 (농약, 비료, 공장폐수, 생활폐수등)가 바다로 흘러들면 크고 작은 생물들이 오염된 물과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고 결국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어항안에서는 어항안의 물고기가 하는 행동이 그대로 어항 안의 수질에 영향을 미친다.
달리 말하면, 나는 내가 한 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별 생각 없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쓰레기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기에, 

아니 눈 앞에 있어도 장님처럼 모르던 시절이었기에 죄책감 없이 광고에서 뿜어대던 수많은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너무많다. 지구는 끝이 없는 별이 아니다. 
무작정 늘어나서는 안된다.


지구에는 죄책감 없이 물건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개체의 수가 너무나 많다.

'경제'와 '이윤'을 쫓는 자들은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 그들의 수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숫자를 가지고 있지만 더 가지고 싶어한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마케팅을 통해 그 욕망을 팔고 소비를 부추긴다.


무한 성장하는 것에는 3종류가 있다.

돈(경제),  바이러스, 인구


자연은 늘 때가 되면 성장을 멈추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자연'스럽다. 무한 성장은 '자연'이 만든것이 아니다.

경제 성장과 무한한 이윤, 여러번 부과되는 세금, 인구 부양 정책으로 얻는 무한 노동력은 

'자본주의'와 그 사회가 만든 허상이다.


개인적으로 '인구의 감소'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복지 국가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 받기 위해서 더더욱 필요한 것이 '인구감소'다.

쉽게 눈에 띄거나 어디에서나 부딪히고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귀하지 않다.

귀함을 대접받기 위해서는 '희소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희소성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해 줄 것이고,

사람이 귀해지면 전쟁 또한 줄어 들 것이고....

인구가 감소하면 자연이 돌아올 것이고, 돌아 온 자연의 커다란 보호 안에서 야생동물과 접촉이 줄어들면,

인수 공통 감염의 질병 또한 줄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못 했던 일을 이 작은 미생물이 하고 있다. 


이제는 알아버렸다.

모든것이 돌고돌아 결국은 우리에게 돌아 온다는 걸.

이미 돌아오고 있다는 걸!


이미 생활 깊숙히 다양한 부작용으로 인류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나 하기 달렸다. 
나를 바꾸는 것, 그 길 하나밖에 없다. 
바깥에서 구하지 마라.


나는 소중하다. 나는 귀하다.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가 지각하지 못하거나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너무나 깊고 의미 심장한 말이라 계속 마음이 울렁거린다.



그림이나 춤보다 먼저 삶이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좋은 삶을 살아라.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마음 깊이 생각하고 그려본다면, 함부로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다. 좋은 그림이나 춤을 추지 못한채 살고 있음이...



너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럼에도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는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이 봄, 세상을 위해 귀한 일을 한 가지라도 더 추가해 보아야 겠다.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 동물권운동, 환경운동을 소소하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진하게 춤을 추어 진동을 만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려 인상을 남겨 보아야 겠다.


무겁고 진하게 또한 가볍고 잔잔하게 다가 온 아름다운 책 한권이다.

한국판 월든이라는 그 비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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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 책 - 이것은 외국어 공부로 삶을 바꿀 당신을 위한 이야기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책
김미소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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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사춘기 시절 '한비야' 작가의 여행기를 읽으며,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버킷 리스트'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공으로 말레이 - 인도네시아어를 선택했고,

20대시절 말레이시아에 사는 동안에는 중국계와 말레이계 그리고 터키에서 유학을 온 남자와 썸을 탔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우연히 폴란드인 남친을 만들었고,

결국, 미국인 남자와 결혼을 했다.

인생 자체가 문화의 용광로였지만 그래서 내 언어는 복잡하고 다양하게 꼬여버린채

아리송한 상태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넓지만 깊지 않고, 다양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3중 언어를 구사하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응용언어 학자가 소개하는 일본어는 어떨지 궁금했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땐,

일본어 - 영어 - 한국어가 1:1:1 정도의 비율로 소소하게 읽기 좋은 문장이나 글들이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실물로 접한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 책'은 김미소 작가가 경험한 일본어 좌충우돌 경험과

다양한 언어에서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녀만큼 뜨겁지 못했던 내 '언어학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 학습 초기에 소리 내어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 시시하다고 무시했던 소리 내어 읽기가 꼭 필요한 이유가 있었구나.

눈과 뇌와 입이 서로 칼군무를 출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한 거구나.

나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국어를 배웠었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도 당연한 건데 왜 그걸 몰랐을까.

그냥 대충 안다고 넘어가면 안되는 거였구나.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중요한 이유가 있었구나...

P. 032 - 033


내 발음이 콩글리쉬인 이유.

'개떡 같이 발음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 남편이 내 곁에 존재했고,

내가 어려워 하는 것들을 슈퍼맨처럼 대신 해결해 주었기에,

기초적인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지만 또한 장벽인 사람이기도 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눈에 들어 오자마자,

영어 오디오 북을 다운 받아 앵무새 놀이를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책은 일본어에 관한 내용인데, 갑자기 남편에게 '영어를 영어답게' 발음해 주고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언어는 내 몸 안에 속복이 눈처럼 쌓이는 거였다.

경험이 쌓이는 만큼 새 언어가 쌓였다.

반대로 경험이 없었다면 쌓일 언어도 없었다.

'지금-여기'의 세상으로 나가서 부딪치는 만큼, 당황한 만큼, 몸개그를 한 만큼, 학생들에게 웃음을 준 만큼 언어가 쌓이는 거였다.

P. 045


언어는 내 몸안에 소복히 눈처럼 쌓이는 거다.

그렇지만 나는 눈처럼 소복히 쌓일 시간과 경험을 주지 못한체, 여러 언어들 사이를 방황했다.

초반 학습 속도가 빠른 반면 시큰둥 해지는 속도도 그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김미소 작가처럼 틀린다고 해서 크게 부끄럽지 않았다.

외국인이고 외국어니까 당연히 어색하고 이상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언어에 있어 '어중이떠중이'고, 그녀는 응용언어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어를 배운다는 건 내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해 주는

새로운 단어를 공들여 고르는 거라고.


국어처럼 바로 귀에 꽂혀서 이해가 갔던 부분, 한국어로 직역되지 않으니 일어 뉘앙스 그대로 받아들여진 부분,

일어 단어가 들리지 않아 영어로 이해했던 부분이 서로 섞여 있었다.

그렇게 세 언어의 퍼즐이 맞춰졌다.

P. 087


말레이시아에 사는동안 여러 인종들(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그리고 기타 외국인)이 섞인 틈바구니에 살면서

언어역시 여러 재료가 고루 섞인 '잡채'나 '짬뽕'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말레이어로 표현의 한계를 느끼면 영어 단어로, 그것도 안되면 중국어 단어로...

그들도 그렇게 사용했고, 그러다 보니 포용과 이해의 넓이가 훨씬 넓어졌다.

내가 사용하는 '문법도 국적도 없는 언어' 그러나 그 여러 언어의 퍼즐 속에서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고, 즐거웠다.

돌이켜보니 그들의 엄청난 포용이 언어의 깊이를 가두는 한계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국어로만 모국어를 보면 항상 내부자의 시선으로만 보게 됩니다.

외국어와 비교하다 보면 외부자아의 시선으로 모국어를 볼 수 있어요.

P. 190


아주 오래전에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한적이 있다.

외국에 살다 온 것처럼 '외국어 단어'를 문장안에 자주 섞어쓰는 것이 못마땅한 것을 비꼬는 의미였는데,

말레이시아와 미국에서 생활해 보니 '뇌'가 이해하는 쉬운 단어들이나 문맥에 딱 하고 맞는 단어들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색채가 다양한 팔레트 속에서 가장 아름 다운 색감을 콕 찍어 내는것이 언어의 활용이다.

'백인' 이라는 말 보다 말레이어의 "오랑뿌띠"라는 말이 더 찰지게 들리고,

'명함'을 "네임카드" 보다는 "비지니스 카드"로 쓰는 것이 더 명확한 것처럼...

모국어를 모국어로만 볼 때는 '된장녀'와 같은 언어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차가운 시선이었다가

막상 외국어로서 모국어를 바라보게 되니 '된장녀'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언어 버퍼링이 느려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내 감정에 맞는 새로운 단어를 발견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도구를 하나 더 갖는 거죠.


신의 존재를 집단의 위치로 소개하면, 이 집단을 벗어났을 때 자신의 존재는 무엇이 되는 걸까요?

자신을 동사로 소개해 보면, 자신을 새로운 모습으로 그릴 수 있어요.

나는 이 학교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공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거죠.

나는 이 카페가 아니라 어디서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거고요.

나는 집단 속의 내가 아니라, 나 자신이니까.

P. 143


결국, 언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 간다는 말이었다.

나를 사랑하게 되는 법을 하나 더 알아가는 방법!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알게되는 지식과 체험과 경험들...

그로 인해 더욱 커가는 나를 만나는 것이다.

김미소 작가가 이야기한 동사의 활용법은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도구를 더 늘여 보라는 격려'와 같은 말이었다.




과 줄 사이를, 책과 현실 사이를, 이론과 경험 사이를, 언어와 문화 사이를,

그리고 독자와 작가 사이를 가로지르며 읽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요.

작가가 행과 행 사이에 무엇을 숨겼는지 찾아내는 것보다,

작가가 써놓은 글을 재료로 해서 자신의 경험을 이리저리 엮어보고, 느꼈던 감정을 이것저것 섞어보고,

생각의 나래를 쭉쭉 뻗어보는게 글이 살아나는 방식이니까요.

P. 206


줄과 줄사이를 책과 현실사이를 이론과 경험 사이를 언어와 문화사이를 가로지르며

과거와 현실의 내 삶을 되짚게 해준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책'.

남편에게 '언어적으로 소홀' 해 질 때 다시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 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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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왈루크 알맹이 그림책 69
아나 미라예스.에밀리오 루이스 지음, 구유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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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하는 작은 도서관 봉사자님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가졌다.

평소에도 기후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으신 분들이라 '북극곰 왈루크'는 그러한 우리의 니즈에 잘 부합하는 책이 아니었나 한다.

멀리 북극의 작은 곰 이야기지만 결코 우리에게서 멀지 않은 이야기다.

어린곰이 어미에게서 분리되어 황량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우연히 만난 늙은 곰으로 부터 배운다. 그러나 황량하기만 하면 다행일 것 같은 북극은 '인간'에 의해서 도전받고 파괴되어져 있다.


대자연의 기후에서도 생존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 작은 북극곰 왈루크는 먹이를 위해 인간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덫에 걸려버린 늙은 곰 '에스키모'를 위해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다른 북극곰들과 힘을 합쳐 안락사를 앞 둔 늙은 곰 '에스키모'를 구해 낸다.

곰의 자연적 본성에는 맞지 않지만 북극곰들이 '에스키모'를 구해내는 과정의 협동과 유대를 표현함으로서 어쩌면 우리 인간도 이렇게 힘을 합쳐 지구위기를 구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 많은 나누크가 나타나길 바라며, '에스키모'와 '왈루크'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가는 북극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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