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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 Memories
임재범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가창력엔 별 관심 없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음악을 즐기는 데 있어 가창력은 필수불가결 요소가 아니다. 기교보다 개성 있는 보컬을 선호하거나 멜로디나 비트 등 곡 자체에 비중을 두는 쪽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단 임재범은 예외였다. 저런 음색과 가창력이라니. 수식어를 붙이거나 취향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독보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밴드 시절 이후 알게 됐지만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내게 김바다의 목소리로 인식된다) 역시 발라드보다는 록이 어울린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비록 그의 노래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너를 위해'였지만. 그러나 2000년 '너를 위해'를 마지막으로 그는 내 기억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후 몇 년간 국내 주류 대중음악에 무관심했던 탓도 있지만, 그가 세상에서 숨어버린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근래 드라마 음악도 많이 작업했던데 관심 밖의 드라마들이라 미처 모르고 지나쳤었다.
요새 임재범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내게도 더는 추억의 가수가 아니다. 예전보다 깊어진 목소리가 마음을 친다. 세상에 나오기로 결심한 이상 노래하는 그를 오랫동안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더 늦기 전에 이 걸출한 가수가 거인의 잠에서 깨어나 비상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갖고 있는 건 1, 4집뿐이라 재발매된 베스트 음반을 새로 구입했다. 2시디인데 슬림 케이스가 아니라 예전의 그 두툼한 두 장짜리 케이스로 되어 있다. 4집을 제외한 예전 앨범 수록곡들은 새로이 편곡해 녹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