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무로 만든 바다가 있다고 치자. 당신은 이 바다를 어떻게 건너갈 것인가?'

내가 떠올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무 바다를 건너? 이게 대체 뭔 소리야?'이다.

조너선 캐럴의 '나무 바다 건너기'에 나오는 답은 답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숟가락으로 노저어서' 또는 '나무니까 그냥 걸어서 건너면 되지' 등등

제목은 나무 바다 건너기이지만 실제로 이 나무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 속에는 그리 많지 않다.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처럼 '나무 바다 건너기'는
조너선 캐럴의 작품답게 환상 문학에 한발을 담그고 있다.

 
껍질은 환상 문학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환상이라고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없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살아오면서 정립되는 인생의 가치관들, 삶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희생과 용기 등이 뒤범벅되어 만들어진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가슴 한켠이 아릿해온다.
그리고 역시 내 기대에 부응하듯 생각치도 못했던 결말,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 등이 있어
책읽기의 즐거움을 준다. 역시 조너설 캐럴은 뻔한 스토리를 쓰는 작가가 아니다.


소설을 읽고 내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의 성장, 우리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촌스러운 복장, 촌스러운 화장,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을 보며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도 잊은 채 그 촌티를 비웃는다.
그리고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들을 떠올리며 '그땐 내가 참 못났었다'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3살의 나나, 10살의 나, 17살의 나, 25살의 나, 30살의 나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키가 커지고 외면이 바뀌었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 중심은 영락없이 모두 '나'인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나'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그 모습을 사랑스러워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존재 이유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부정하면 부정할 수록 나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고만 만다.
엉뚱하고, 말썽을 부리고, 실수투성이, 구제불능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나'인 것이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나이다. 우리는 좀 더 나에 대해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부끄러하면 할 수록 '자기애'는 점점 더 희박해지며,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무 바다 건너기'를 읽으며 나는 갑자기 십대 시절의 나와 만나고 싶어졌다.
발끈 성내기도 잘하고, 상황을 과장시켜 생각하기 일쑤였던 예민했던 어린 여자아이와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사랑을 담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미래의 나'도 '현재의 나'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미래의 내가 조금 더 성장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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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평소 그림들을 주제로 다룬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이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다룬 [진주 귀고리 소녀],

클림트의 '유디트'와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 소재로 나오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파르미자니노의 '긴목의 성모'를 해석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헤르메스의 기둥],

너무나 유명한 다빈치 코드 등등 이젠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 작품까지

미술 작품을 다뤘다고 하면 어느새 끌리고 보는 나인 것이다.

 

그래서 또 홀리듯 사버린 [렘브란트의 유령], 그저 무작정 표지만 보고 골라버렸다.
 
하지만 20%씩이나 아쉬운, 제목에 낚이고, 서평에 낚였다는 결론 밖에 나지 않았다.

즉, 출판사의 마케팅 낚시에 걸려버렸다는 뜻.

 "영화 보듯 단숨에 읽은 소설"이라는 서평이 무색하게 책장을 넘기는 내 손가락들은 너무나 천천히 움직였다. 이 책 어디가 단숨에 읽을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인가?

'렘브란트의 유령'이라는 제목을 달 정도면 책 곳곳에 렘브란트가 살아 숨쉬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숨쉬고 있다는 말인가? 사건의 단초를 전달하는 역할 정도에 그쳐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영국, 네덜란드부터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까지 책에서 다룬 장소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적 지식까지 다루기 때문에 소설의 스케일은 크지만, 독자를 이끌어가는 흡입력은
상대적으로 약하기 그지 없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나, 태어나서 배를 타본 경험이라고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일텐데
이 책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요트, 배, 선원 생활에 전문적인 용어는 책에 집중 못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또한 주인공으로 내세운 '핀'조차도 줄거리를 끌고 나가지 못하고 전체적인 상황에 이끌려 갈 뿐이다.
괴팍하건 예쁘지 않건 플롯을 끌어나가지 못하는 주인공은, 몸매가 좋고 예쁘다고 아무리 소설 안에서 찬사를 보내도 내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번 주말의 독서는 실패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이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뭐 독서는 개인의 취향이니까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에이, 렘브란트 전기나 사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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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쓴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 [두근두근 우타코씨]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영화도 책도 보지 않은 상태라 가벼운 문고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두근두근 우타코씨'를 구매했다.


주인공은 77살의 정정한 할머니.

일본 전후에 여장부로써 가업을 일으켜세운 여성 실업가로, 자식들까지 모두 장성하여 가업을
물려주고, 십수년전 남편과 사별한 과부지만 씩씩하게 70대 노년을 살아나가는 할머니. 우타코씨.

 

서예 교실 선생님도 하고, 쇼핑을 즐기며,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독립적인 나 홀로 삶을
주장하는 거침없는 우타코 할머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우타코씨도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만났던 첫사랑의 자취를 발견하고 가슴이 뛰며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점잖은 노인 '다스겐'씨와의 로맨스에 설렌다.
하지만 우타코씨가 바라는 것은 늘그막의 잠자리 친구가 아니라 산책 친구, 손수건 친구다.
산책을 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서로의 벤치에 손수건을 깔아주는 '손수건 동무'


그녀의 삶의 보약은 바로 이런 관계에서 오는 '설렘'인 것이다.

우타코 할머니가 당당하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이런 노년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건강이든 돈이든지 말이다.
 

그런 인생이 있었기에 77세의 우타코 할머니는 '깨끗하게, 아름답게. 바르게'라는 모토를 주창하면서 노년을 산뜻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할머니에게 자식들은 보험이 아니다. 그렇기에 부모의 역활을 다했다고 생각하자 산뜻하게
자신의 인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우타코 할머니처럼 늙고 싶다.
당당하고 산뜻하게. 가끔씩 '설렘'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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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것은 정말로 둘이 서로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까.

홀로 노춘老春을 구가하고 있는 나는 ‘물기 모자란 여자’인가, 고집쟁이인가.

                                                   ...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섹스'가 가장 좋은 보약이라는 말은 공감할 수가 없다.

그렇다. 이 '설렘', 이것을 소중한 보약으로 삼고 싶다. 이것은 나의 꿈....

                                                   ...

나는 하느님께 ‘가슴이 뛰는 당번’ 패를 목에 받아 건 듯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
일흔일곱이나 먹어서도 이렇게 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람은 나이가 얼마가 되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휴화산도 50년에 한 번씩 분화할 수 있지 않은가.

 

                                                             - 두근두근 우타코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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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방 - 전2권 세트
스티브 베리 지음, 정영문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우연히읽게 된 책 [호박방]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하는 '호박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터라...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러시아 예카테리나 궁전에 있다는 호박방은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관람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호박방이라고 해서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이런 것을 생각하면 안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안에 벌레가 들어가 있는 그 노란색 보석을 생각하면 된다.
호박(amber)은 1천만 내지 1억년전에 살았던 고대 침엽수의 수지가 화석화된 것이다. 호박은 물에 녹지 않지만 불에는 약해 저온에서 타며, 350개의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색과 노란색의 중간 빛을 띠고 있어 꿀색 또는 오렌지색으로도 불리지만, 녹색, 파란색 등도 있어 그것들이 가장 고가의 호박이라고 한다.

즉, 호박방은 그 호박으로 만들어진 호사스런 방을 말한다.

길이 300여 미터 55개의 방을 가지고 있는 예카테리나 궁전에 그 호박방이 있다.
현재 있는 호박방은 복원된 것으로 원래의 호박방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에 나치가 궁전을
점령하고 호박방의 호박을 부분부분 잘라 모두 약탈해 갔다.
그 뒤로 사라진 호박방을 추적했으나 결국에는 찾지 못하고 복원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 복원 작업에 기부된 돈은 상당한데, 아이러니한 것이 독일 기업 중에 하나가 가장 많은 기부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금들을 바탕으로 호박방은 복원을 마치고 62년만에 개방이 되었다. 

이 사라진 호박방을 찾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호박방]이다.
 
사라진 문화재들 하면 또 우리나라도 할 말이 많다.
임진왜란과 식민지 시대에 약탈당하거나 전소된 우리의 유산들, 머리가 없는 부처상은 흔하고
무너진 탑과 불타버려 지금은 기록만 남아있는 문화재가 상당하다.
 
문화재 약탈에는 나치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도 가세하여
전세계의 국가에서 자국의 역사를 빛내주는 많은 문화재들이 약탈을 당했다.
그 역사의 유물들은 개인소장가의 비밀방에서 잠자고 있거나, 아니면 약탈의 역사를 자랑하듯
버젓히 그들의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책을 읽는 내내 러시아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한창 대한항공 광고를 보면서, 쇼스타고비치의 `Jazz Suite No. 2를 들으며 러시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호박방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 열망을 생각하게 된다.
 
6월부터 시작되는 여름에 푸쉬킨 마을에도 가보고 싶고, 백야현상(밤11시가 지나서야 일몰)도
보고 싶다. 그리고 바이칼 호수의 서늘함과 물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보고 싶구나.
 
여행에 대한 갈망은 늘 뜨겁지만 장소는 수시로 바뀐다.
한동안은 러시아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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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연휴 중 모방범을 다 읽어버렸다. 두꺼운 책 3권이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히는 이유는

아마도 추리문학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아베 미유키 책은 처음 읽는데 추리소설이라는 편견을 깨고 읽으면서 마음에 닿는 글귀를

많이 발견했다.

물론 신체적으로 약자인 나도 밤길 조심해야겠다는 교훈까지..ㅎㅎ

하지만 소설처럼 신체적으로 강자인 남성들이 작정하고 납치한다면 막아내기는 힘들겠지.

 

왜? 이 세상에 연속살인은 대부분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속살인사건들도 대부분 여자 어린이,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많이들 일어나고 있다. 단지 신체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대상이 되기 쉬운 것 뿐일까?

아니면 삐뚤어진 남성들의 심리에는 여성에 대한 증오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최근에 본 추적자부터 본콜렉터, 양들의 침묵까지..남성들이 살인의 대상이 된 영화는

원초적 본능 빼고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유미코는 생각해보았다. 지극히 기본적이고 소박한 의문이었다. 왜 남자는 여자를 죽일까.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자를. 여자이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남자에게는 여자를 죽일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도 있다는 것일까.

                                                                                     - 모방범 2권 111 page -

 

그리고 요즘 계속되는 내 생각의 연장선에 있는 글귀도 발견했다.

한가지 일, 사건, 에피소드 등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 제각각으로 생각한다는 것.

얼마 전에 블로그에 쓰기도 했었지만,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된 언어로 보니 또 새삼스럽게

인간의 관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국 나도 너도 우리 모두는 보고 싶은 것 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 밖에 믿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머릿 속 생각에 따라 모든 것들을 자기 맘대로 판단할 뿐이다.

어쩐지 마음이 슬퍼지는 결론이다.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

 

                                                                                 - 모방범 2권 493 p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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