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름의 빛과 바람 온갖 새들과 해충들이 다녀가더니 

감나무 열매가 노랗고 발갛게 익어가는 중이다.

길고 지루했던 장마도 있었다. 

어떤 날은 힘들어서, 어느 날은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 

감사와 불평의 콜라보는 잊었다. 

흘러간 시간은 하루하루가 선물이고 구원일 뿐.

너무 익은 홍시는 시도 때도 없이 콘크리트 마당을 향해 다이빙을 한다.

피처럼 붉은 들짐승의 창자와 닮은 잔해들을 수거하는 일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서 어설픈 감상은 집어 던져야 한다.

아침과 저녁으로 들르던 그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 묽고 단 홍시보다 맛난 고기를 먹으러 갔던 거였다.

찰나의 의문과 성찰에도 퍽, 탁, 떨어지고 터지고 흩어지는 붉은 색으로

마당은 난장판이 그야말로 환장의 수준이다.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와의 공존은 

사계절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묵상이다.

어디로 갈지 몰라 길을 찾을 때 

어떻게 살지 몰라 주저앉을 때 

늘, 같은 자리에 선 감나무를 바라본다. 

11월은 오고 말았고

머지않아 마른 잎마다 서리가 내리고

언 바늘처럼 꽂히면, 우수수

높은 폭포의 물길처럼, 와르르

쏟아질 낙엽에 대한 기나긴 서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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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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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냄새에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하얀색이 아니라 초록색일 것이다(10p)

모든 유리창이 열리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여름별장이 천천히 호흡을 되찾아간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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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가장큰비극은제약회사가의료계를장악했다는데있다(20p)
제약회사의첫째목표는매출증대와이윤의극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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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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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나는 네 살이다. 전쟁이 막 시작됐다.
그 시절 우리는 기차역도, 전기도, 수도도, 전화도 없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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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 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그럼에도 꿋꿋이 희망을 그리는 이 시대 노마드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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