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문화연구대상 - 스타벅스
[커버스토리]왜! 스타벅스인가
지난달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어느날.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3,000원짜리 라면을 사먹으면서 3,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도 아깝지 않은 것은 그 속에 담긴 문화를 마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스타벅스요? 그건 강남 얘기잖아요. 호호호.” 이어진 같은당 서영교 부대변인의 논평. “스타벅스 커피 마시며 뉴욕시민인 척하는 오세훈과 우리는 다르다”였다.
올해로 국내 상륙 8년째. 최근 164호점을 개점한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이처럼 여전히 ‘논쟁적’이다. 스타벅스 애호가·마니아들은 “좀 비싸긴 한데…”라면서 “그래도 커피맛, 매장 분위기가 뛰어나 기꺼이 그 값을 치를 가치가 있는 커피 브랜드”라고 한다.
사실 통유리 너머 각선미를 뽐내며 커피를 마시는 미녀들이 있는 스타벅스 매장 풍경은 왠지 ‘럭셔리’하다. 실제로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황금 상권으로 분류된다. 연전에 황금상권의 한 곳인 서울 인사동에 들어오기 위해 스타벅스는 호된 신고식도 치렀다. 결국 문화운동가와 시민들의 반대여론 때문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어간판이 아닌 한글간판을 내건 체인점이 됐다.
스타벅스 ‘비호감’자들?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커피 제조 원가는 몇백원밖에 안된다는 최근 어느 언론 보도 이후로 “커피맛은 다를 게 없는데도 ‘포장’과 ‘치장’에 ‘고가 정책’으로 허위 의식을 자극하는, ‘마시는 명품’”이라고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명품 선호 현상, 강남북차, 그리고 구별짓기, 따라하기, 허위의식, 계급·계층론까지 갖은 문화·사회학적 개념·상상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첨단 선진 마케팅 ‘신화’를 이루었다는 업계의 칭송. 외화 낭비·유출의 주범, 미국화·신자유주의의 첨병이란 시선·비판이 공존한다. 이때문에 오노 사건 때 맥도널드와 함께 불매와 ‘안티’ 대상이 되기도 했다.
‘So what?’. 계속되는 명품 논란과 한때의 안티를 뚫고 스타벅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타벅스 마니아들은 늘어난다. 서울의 몇몇 지역에서 스타벅스는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스타벅스는 무엇인가?
▶마니아 임부현씨의 ‘칭송論’
임부현씨(30·여·가명)는 스타벅스 마니아다. ‘라떼 세대’라 자처한다. 임씨의 월급은 1백80만원가량. 10만~20만원을 스타벅스 사 마시는데 쓴다. 그는 “매달 붓는 건강보험료, 종신보험료와 비슷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임씨가 스타벅스를 알게 된 건 1999년 1월. 캐나다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다. 스타벅스가 뭔지도 몰랐다. 우연히 학교 안 매장을 찾았다.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첫 세례를 받았다.
“자판기나 인스턴트 커피, 한국에서 마시던 커피랑 ‘차원’이 달랐어요.”
임씨는 “날 매료시킨 건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소품과 분위기,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스타벅스의 로고, 머그컵, 매장 인테리어 분위기, 재즈 음악, 매장 직원의 친절함까지 모든 것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매장 문에 들어서 주문하고 커피를 받아 자리를 잡은 뒤 커피맛을 음미하거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행위 하나하나가 ‘즐거움’이었어요.”
귀국하니 서울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었다. 임씨는 단골이 되었다. 스타벅스의 매력은 늘어났는데, 임씨는 그 이유를 ‘문화적 스토리·이미지’라고 했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를 보면 주인공들이 그란데 사이즈 커피를 마시며 뉴욕타임스를 읽잖아요. 외국 풍 사진에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선남선녀들. ‘스토리’가 있는 거죠. ‘개인적이고 쿨(cool)’해요. 그런 것들이 마음에 들어요.”
임씨는 스타벅스가 일종의 의식(儀式)과 자기 정화의 공간이라고 한다. 퇴근길에, 또 피곤할 때 스타벅스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쉬는 날 책 한권 들고 가 눈치 안 보고 맘 편히 읽고 올 수 있는 공간은 스타벅스를 빼고는 없다는 것이다.
임씨는 “‘작은 사이즈에 저지방 우유 넣어주시고, 일회용 컵에 주세요’처럼 커피를 주문하면서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
임부현씨의 통장사본이다. 곳곳에 스타벅스 지출내역이 보인다. 그녀는 많게는 월 30만원 가까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마셨다고 했다. | 스타벅스는 문화 수준을 판단하는 상징적 기준이기도 하다. 임씨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 공기업 이전 발표가 난 뒤에 심각하게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공기업 이전 대상 지역에 스타벅스가 없기 때문이란다.
임씨나 임씨 친구 같은 ‘스타벅스족’을 모두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내 취향, 내 멋이고 내 돈 주고 사먹는 거지만 미묘한 ‘스타벅스 갈등’이 존재한다. 우선 세대차다.
임씨는 “대형 할인점에 갔다가 거기 입점한 스타벅스 매장에 어머니를 모셔간 적이 있는데 4,000~5,000원 하는 커피값을 보시더니 단번에 ‘미쳤다’고 하셨다”며 “맥심커피 둘, 설탕 둘, 프림 둘로 타먹는 커피에 익숙한 부모님 세대는 잘 이해 못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별차도 있다. “내가 밥을 사고 한 남자 동료가 커피를 사기로 해 스타벅스로 갔어요. 그 동료는 주문하는 내내 스타벅스 한잔 값이 설렁탕 한 그릇 값이니, 자판기 커피(250원) 스무잔 값이니 하며 투덜거렸어요.”
개인의 취향을 하나의 잣대로 재는 게 촌스럽고 우습다고 한다. 임씨는 “남자 동료들 중에는 술집에서 한번에 수십만원 예사로 쓰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보기엔 그 돈이 더 아깝다”고 일침을 놓는다.
임씨는 그러나 ‘스타벅스 소비’를 줄여볼 생각이라고 한다.
“한번은 계산을 했더니 한달에 30만원 가까이 사 먹었더라고요.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요즘은 원칙을 정했어요. 고된 일을 끝냈을 때나 ‘무척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만 사먹기로.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가 있는 날에만요.”
〈글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
[커버스토리]나홀로면 어때!한 잔의 허영심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사람들’(cafe.daum.net/starbucks)은 회원 1만5천여명의 인터넷 카페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입한 신입회원 500여명에게 20개 항목의 설문 e메일을 보냈다. 30명이 설문에 응했다.
경향신문 설문에 대답한 이들 중 몇명을 빼고는 ‘스타벅스 애호가’이며 적극적으로 설문에 응했다는 점에서 ‘특수표본’이다. 설문 응답자 30명은 많지는 않지만 ‘왜 스타벅스’인가를 이해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다.
설문 응답자 나이는 20~24세가 23명(76.7%)으로 가장 많았다. 25~29세가 3명(10.0%), 15~19세 3명(10.0%)이었고, 30세 이상 1명(3.3%)이 설문에 응답했다. 여성이 22명(73.3%), 남성 8명(26.7%)이었다. 대학생이 20명(66.7%), 직장인이 8명(26.7%), 고등학생 2명(6.7%)이었다.
나이, 성별, 대학생 등의 공통분모를 따지면 ‘20대 초·중반의 여대생’이 가장 많다. 스타벅스의 주 마케팅 대상과 일치한다. 한국의 커피 역사·사회사 측면에서 ‘20대 여대생’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지은이 오두진씨의 설명을 빌리자면 ‘스타벅스를 계기로 커피의 소비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40~50대에서 20대로 바뀐 것’이다.
조선말 커피가 들어온 뒤 여성은 커피 소비의 주체라기보다 객체였다. 여성은 집안에서 남편에게 커피를 타주는 존재였다. ‘커피가게’의 대명사격인 다방에서는 남성 손님에게 커피를 타주고 배달하는 존재였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연인들이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커피’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남성 사이에서 진행되는 것이었다. 오씨는 “스타벅스가 모든 걸 확 바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할까. 설문 응답자 50명(중복응답 포함) 중 ‘커피향·맛’을 꼽은 사람은 23명(46.0%), 스타벅스만의 분위기 14명(28.0%), 서비스 5명(10.0%), 음악·브랜드이미지·위치가 각 2명(4.0%)씩이었다.
스타벅스 커피맛은 과연 좋은가? 월간커피 홍성태 편집장은 “취향의 문제라 대답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단 스타벅스 커피는 많이, 빨리 팔리기 때문에 커피의 회전율이 높다. 즉 신선하다 것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성공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47명(중복응답 포함) 중 11명(23.4%)이 ‘새로운 커피문화’를 꼽았다. 다음은 브랜드이미지가 8명(17.0%), 서비스 및 감성·공격마케팅이 각각 6명(12.8%)이었다. 커피맛·향을 꼽은 이는 4명(8.5%)이었다.
‘스타벅스를 왜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커피맛, 분위기라는 답이 가장 많았지만, 한국 성공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새로운 커피문화’란 답이 가장 많은 게 눈에 띤다. ‘새로운 커피문화나 브랜드이미지 때문에 스타벅스를 접했다가 커피맛과 분위기를 좋아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스타벅스에서 주로 뭘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중복응답자 48명 중 20명(41.7%)이 약속·데이트라고 답했다.
독서·공부가 16명(33.3%), 나홀로 휴식(18.8%), 커피즐기기 3명(6.3%)이었다. 약속·데이트같이 커피를 매개로 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공간이자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최적의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는 셈이다. ‘나홀로 스타벅스에’는 스타벅스가 들여온 새로운 커피문화기도 하다.
한달간 스타벅스를 찾은 횟수와 비용을 물어보았다. 30명 중 18명(60.0%)이 한달 2~5회 간다고 응답했다. 6~10회 5명(16.7%), 10~15회 2명(6.7%), 20회 이상 간다고 응답한 이도 5명(16.7%)이었다. 한달 스타벅스 커피값으로 나가는 돈은 1만~2만원이 9명(30.0%), 3만~5만원 10명(33.3%), 6만~10만원 9명(30.0%), 15만원 이상은 2명(6.7%)이었다.
이밖에 중복응답자 42명 중 17명(40.5%)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로 ‘카라멜 마끼아또’를 꼽았다. 30명 중 22명(73.3%)이 커피 말고 다른 물건을 사봤다고 응답했다. 중복응답자 40명 중 15명(37.5%)이 텀블러, 12명이 다이어리(30.0%), 9명(22.5%)이 머그잔을 샀다고 답했다.
〈글 김종목·김동은|사진 정지윤기자〉
[커버스토리]“너희 동네에 스타벅스 있어?”
스타벅스 매장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서울 테헤란로, 광화문, 여의도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밸리’라 부르는 곳이다. 스타벅스 정영권 상무는 ‘스타벅스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에서 “(매장이 몰려 있는 것은) 마케팅에서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라며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 전략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
|
‘선택과 집중’ ‘차별화’를 근거로 펼쳐진 ‘스타벅스 지리학’에는 단순한 상권·입지 이상의 여러 의미가 담겼다. 한양대 김찬호 교수는 “스타벅스는 장소의 매력을 충분히 활용한 ‘공간의 상품화’를 이루어낸 대표적 기업”이라고 했다. ‘상품화된 공간’은 아무 데나 자리잡지 않는다. 유동인구, 역세권, 남녀, 연령, 세대, 계층 그리고 ‘플러스 알파’를 철저하게 고려한 이 다국적기업만의 다각적 전략을 ‘지리학’을 통해 들여다보자.
#90%가 역세권… 강남구에 30% 집중
서울의 매장 수는 모두 123개. 우선 이중 112개(91.1%)가 ‘역세권’이다.
구별 매장 수를 보면 강남구가 37개(30.1%)로 가장 많다. 서초구 11개(8.9%), 송파구 4개(3.3%), 강동구 1개(0.8%)로 53개(43.1%)의 매장이 강남 지역에 있다. 종로구 11개(8.9%), 영등포구 8개(6.5%), 서대문구 6개(4.9%)다. 강남구 중에서도 테헤란로 주변인 역삼동 10개, 삼성동 7개, 논현동 6개, 대치동 5개로 특정 동에 집중돼 있다. 종로구는 11개 중 4개가 광화문 일대, 영등포구는 8개 중 7개가 여의도 일대, 서대문구는 6개 중 5개가 신촌 일대에 몰려 있다. 벤처·IT가, 금융가, 대학가를 상징하는 곳들이다. 신촌을 포함해 서울 시내 대학 구내 또는 대학가에 자리잡은 매장도 모두 16개다.
스타벅스의 구별 매장 순위는 서대문구를 빼고는 대체로 구청의 재정자립도 순과 맞아떨어진다. 강남에 대체로 많지만 ‘부촌’이 제1기준은 아니다. 제1기준은 ‘커피 한잔을 위해 5,000원을 기꺼이 낼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오가는 지점이나 그들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기꺼이 낼 용의가 있는 사람들’은 20대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층과 30대 직장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스타벅스가 들어간 건물도 특성이 있다. 매장이 들어간 건물별 종류를 살펴보면 전국 162개 매장 중 백화점·쇼핑몰 안 매장이 26개(16.0%)로 가장 많다. 주상복합·아파트가 12개(7.4%), 금융기관 10개(6.2%), 대형할인점 6개(3.7%), 대형가전매장 4개(2.5%), 병원 4개(2.5%), 극장·서점·공항·스키장·역사가 각각 2개(1.2%)씩 들어가 있다.
입점 추이를 보면 금융가, 대학가에서 병원, 대형가전매장,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쪽으로 바뀌고 있다. 매장이 들어간 백화점 중 신세계백화점이 7개, 대형할인점은 이마트가 5개로 신세계 계열사가 모두 12개다. 마케팅 타깃이 직장인·대학생에서 중·장년층으로 확장되고, 입점하는 곳도 병원·고급주거시설 같은 특정 ‘지점’으로 옮겨가는 것을 알 수 있다.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줄 서서 기다려 왜 사먹느냐’는 중·장년층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들겠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주)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커피 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이다. 타워팰리스 1층에도 입점하는 등 ‘골라서 들어가는 힘’은 ‘수요’도 있지만 신세계의 자본력과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차별화 전략속 부분적 대중화 시도
한때 일본에서 동네 아이들이 말다툼할 때 쓰는 ‘무기’ 중 하나가 ‘니네 동네 스타벅스 있어?’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스타벅스가 ‘미국화’ ‘명품’ ‘희소성’을 가늠하는 척도·기준으로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16개 광역 시·도별로 보면(162호점 기준) 서울이 123개(75.9%), 경기 15개(9.3%), 부산 10개(6.2%), 대구 10개(6.2%), 광주·인천·대전 2개(1.2%) 매장이 있다. 광역시 중에는 울산이 들어가지 않았다. 광역도 중에는 경기도만 들어가 있다. 전북·전남, 경북·경남, 충북·충남, 제주도 등 인구 30만~60만명 규모의 도청 소재지에도 스타벅스가 없다. 강원도에 2개 매장이 있지만 ‘강릉’이나 ‘춘천’이 아니라 ‘용평리조트’와 ‘휘닉스리조트’다.
대형할인점들이 인구 5만~6만 이상의 중·소도시에 적극적 진출을 시도하고 다른 외식업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서울에서 성공하면 지방을 파고드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서울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대중화’ 전략을 펴면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지방은 ‘차별화’ 전략 아래 ‘고급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입점에 신중한 편”이라고 전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지은이 오두진씨는 “책을 내고 난 뒤 마산이나 전주 등에 사는 독자들로부터 ‘왜 우리 도시도 인구가 많은 편인데 스타벅스가 안 들어오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오씨는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가게가 아니라 누려야 할 문화 대상인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글 김종목·김동은|사진 정지윤기자〉
[커버스토리]독서·휴식 ‘커피 그 이상’
스타벅스의 국내 첫 상륙지는 ‘이화여대 앞’이다. 1999년 7월 이곳에 1호점(이대점)을 냈다. ‘이대 상권’은 사업 성패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 이대점은 성공했고, 스타벅스 확장 전략의 근거가 되었다.
|
스타벅스 마니아인 안성원 김종은 신수정씨(사진 왼쪽부터). |
스타벅스의 첫 커피 세례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지난달 22일 저녁 이대점에서 개점 당시 이화여대 2학년에 재학중이던 세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요즘도 2~3일에 한번꼴로 스타벅스를 찾는 마니아들이다.
“기숙사 개방행사 때 스타벅스가 판촉하러 왔어요.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줬는데 다들 ‘커피맛이 왜 이래’라는 반응이었어요.” 신수정씨(26)의 말이다. 안성원씨(26)는 “처음 입맛에 안 맞았는데 커피맛이 진화해 나갔다”고 기억했다. ‘테이크아웃’이란 것부터 모든 게 새로웠다. 줄을 서 직접 주문하고 받아야 했다. 자리는 창으로 나 있고, 안과 밖이 서로 들여다보이는 구조였다.
신씨는 “미국, 캐나다에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들이 ‘서울에도 스타벅스가 생겼네’라며 반기며 찾기 시작했다”며 “그 친구들 영향을 받아 애호가들이 한둘씩 늘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멋’ ‘이미지’도 ‘라떼 세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녹색의 환경 이미지, 재즈 음악이 주는 편안함.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마력도 있었다. 신씨는 “아침을 여는 이미지도 있었다. 학교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해 리포트를 들고 가는 기분. 커피로 잠도 깨지만 그때는 나 스스로가 ‘있어 보인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종은씨(26)는 “영화 ‘유브갓메일’에서 맥 라이언이 스타벅스를 즐기는 모습이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친구들과 밥을 먹었는데 ‘스타벅스로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간다’ ‘스타벅스 가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 커피는 기본이고 대화, 공부, 리포트 쓰기, 독서, 데이트, 사색, 휴식까지.
안씨는 “스타벅스의 가장 큰 의미는 ‘공간’이었던 거 같다. 그 공간에 흐르는 재즈 음악, 분위기도 좋아했지만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이면 몇 시간이고 있어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폼나는 거였다. 웰빙의 시초격이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현상’? 신씨는 “아는 영국인이 있는데 ‘서울에 스타벅스가 왜 이리 많으냐’며 놀란다”며 “미국을 추종하는 사회 분위기도 스타벅스 현상에 한몫 거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밥값’을 훌쩍 넘는 커피값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미국, 캐나다, 일본과 비교해 비싸다”며 “서구, 미국 이미지에 대한 값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계속 승승장구할까? 안씨는 “서울에서 스타벅스는 대중화 단계인 것 같다. 커피 마니아 중에는 스타벅스보다 조금 더 비싼 커피빈, 파스꾸치 같은 델 가거나 유럽에서 오리지널로 배우고 온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에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매장이 늘자 또다른 차별을 시도하는 ‘구별짓기’가 새롭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김종목기자〉
[커버스토리]“뉴요커 이미지를 마신다”
“스타벅스 소비에 ‘패션’ ‘허위의식’이 들어 있다는 시각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설문 응답자 30명 중 22명(73.3%)이 일부 동의 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8명(22.7%)이었다. 각각의 이유를 물어봤다.
#동의·일부동의
설문 응답자 ‘WalkThisWay’(28·남)는 “나를 포함한 소비자들이 커피의 질이나 맛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계속 찾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면서 “커피맛보다는 스타벅스 소비에서 얻을 수 있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에 일년쯤’(22·여)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연중에 동경하는 뉴요커들의 생활에서 스타벅스가 빠지지 않는다”며 “스타벅스를 마시면 뉴요커처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고 답했다.
‘후크선장’(23·여)은 “어느 정도 있다. 꼭 스타벅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커피맛을 그렇게까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도 스타벅스의 명성과 동경의식 때문에 첫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ForMyWishes’(22·남)는 “주변을 보면 스타벅스 컵을 들고 있으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사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체리향기’(20·여)는 “맹목적으로 명품 상품을 좋아하듯이 스타벅스도 일종의 명품 선호현상에 따라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thenike’(24·여)는 “스타벅스의 높은 가격 정책은 다른 테이크아웃 커피 질이 떨어지거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묘한 심리술이 깔려 있고, 사람들로 하여금 비싼 커피를 사먹게 하는 허영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yoojin’(26·여)은 “5,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와 2,000원대의 테이크아웃 커피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비싸긴 해도 그냥 스타벅스니까 사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주원(23·남)은 “주위를 보면 스타벅스 커피를 사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를 사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happyeye’(20·여)는 “대학생들이 밥은 싼 걸로 먹어도 디저트로는 스타벅스를 사먹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허위의식이란 말은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커피만 사는 게 아니라 문화도 함께 사는 측면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
‘hoeun’(24·여)은 “가격도 비싸고 밥값보다 많이 나올 때도 있지만 단순히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허위의식 따위의 말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sweetie’(24·여)는 “외국에서는 그냥 자판기 커피처럼 먹는 게 스타벅스이며 사람 개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름지기’(39·남)는 “한때 유행일 수는 있으나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로하’(24·여)는 “‘커피’만으로 판단하면 허위의식 같은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커피맛도 좋을 뿐더러 학생들은 책을 보고, 친구들을 만나고, 직장인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치료제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종목기자〉 | |
------------------------------------------------------------------
패스트푸드 빅3 “스타벅스 꺾어라” |
|
[서울신문 2006-06-09 20:06] |
[서울신문]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널드, 버거킹, 던킨도너츠가 커피 체인의 지존 스타벅스에 잇따라 도전장을 냈다. 스타벅스가 잘난 체하는 도시 ‘속물들’을 겨냥해 고급 커피를 내세운다면 이들은 저가의 실속 있는 ‘서민용’ 커피를 지향하고 있다.
●커피시장에 웬 계급 전쟁?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커피시장에 한판 ‘계급 전쟁(class war)’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의 커피 소매시장 규모는 84억달러(약 8조 4000억원)로 지난 2003년보다 53% 급신장했다. 이 가운데 스타벅스의 매출액은 61억달러다. 패스트푸드 빅3가 커피 아성을 공략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정면 승부보다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버거킹의 ‘BK 조(Joe) 커피’는 ‘레귤러’와 ‘터보-스트렝스’로 딱 2종류다.‘조(Joe)’는 흔해 빠진 미국인 남성의 이름.
데니 마리 포스트 버거킹 수석 부회장은 “우리 고객들은 (스타벅스의)‘차이 하프 디카페인’이나 ‘프라-프라 커피’ 같은 복잡한 메뉴가 딱 질색”이라며 “그들은 솔직한데다 돈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광고도 부츠와 안전모를 쓴 블루칼라 노동자를 내세웠다. 심지어 매장에는 ‘안티 스타벅스’ 분위기마저 풍긴다. 메뉴표에는 ‘발음하기 쉬운 사이즈 3가지(대·중·소) 있습니다.’가 내걸렸다.
던킨도너츠 역시 스타벅스보다 단순한 메뉴와 간단한 가격표를 제시하고 있다. 던킨측은 이를 ‘민주화된 에스프레소’라고 부른다. 던킨은 더 이상 도넛 가게가 아니다. 매출의 65%가 커피에서 나온다.
존 길버트 던킨도너츠 마케팅 담당 부회장은 “스타벅스의 편안한 소파와 하얀 목재로 된 탁자, 부드러운 재즈 선율 등 모두 훌륭하다.”면서 “그러나 고된 노동을 하는 우리 고객이 바라는 바는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맥도널드는 ‘프리미엄 커피’ 12온스를 99센트에 판매한다. 스타벅스라면 4달러는 줘야 한다. 일단 몇 달간의 광고전은 두 자릿수 매출 신장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 ‘진한’ 커피향 쫓아낼까
하지만 스타벅스가 바꿔놓은 미국인들의 커피 입맛을 다시 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미국에서만 8100개. 맥도널드는 1만 3700개, 버거킹은 7200개, 던킨도너츠는 4950개이다. 스타벅스는 예멘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시장의 불모지 공략도 활발하다.
시카고의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 테크노믹 부회장 밥 골딘은 “스타벅스는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거품이 곧 꺼질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충성스런 그들만의 고객을 위해 새 방도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
------------------------------------------
우스갯소리로
"광화문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시위하러 가려는데 같이 안 갈래?"
"그런데 어디서 만나지?"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을께, 그리로 와!"
위의 대화가 그다지 어색할 것도, 특별히 눈총을 받을 것도 없어 보이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